행복한 날(ME 그리고 DAY)들을

그때와 그대를 지나, 나와 날에 머무르기

by옫아

어느 퇴근길.

차에서 에코의 행복한 나를, 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행복한 나를, 행복한 날(day)을 생각했다.

이 노래는 이별 뒤의 회상이 아니다. 이미 몇 번의 이별을 지나왔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 지금의 사랑을 선택하는 노래다. 그래서 “이젠 행복한 나를”이라는 말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마음을 선택하겠다는 쪽에 가깝다.

불안한 미래를 모르는 척하지 않으면서도,그래도 오늘은 이 사랑 안에 머물러 보겠다는 마음.


그래서 이 노래 속 말들이 더 흥미롭다. 여기에는 그때도, 그대도 없다. 대신 지금 이 순간의 나와 날이 있다.

바쁜 하루 중 잠깐 들려오는 목소리,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금처럼만 사랑해달라는 말 속에는 오늘이라는 하루가 그대로 담겨 있다.

이 노래가 알고 있는 행복은 어디 도착해 얻는 상태가 아니라 하루하루 이어지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행복한 나를’은 과거를 돌아보는 말이 아니라, 오늘을 한 번 더 살아보겠다는 마음에 가깝다.

나를 데리고, 이 날을 계속 지나가겠다는 다짐처럼.


다시 그때와 그대를 이야기해보자.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정말로 그때일까, 아니면 그대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둘은 좀처럼 분리되지 않는다.
그대를 떠올리면 함께 따라오는 그때가 있고, 그때를 생각하다 보면 그 안에 있던 그대의 얼굴이 겹친다.

그래서 그리움은 늘 애매한 형태를 띤다.
사람을 잃은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을 놓친 것 같기도 한 상태.

어쩌면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그대 그 자체가 아니라, 그대와 함께 있던 그때의 나일지도 모른다.
그날의 표정, 말투, 마음의 속도까지 포함해서.


그래서 지금의 나는 그때와 그대를 함부로 부르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 지나간 말들이니까.

대신
나를 데리고,
이 날을 살아간다.


행복한 나를이 아니라,
행복한 날들을 조금씩 쌓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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