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의 계절

선택의 계절

by볕뉘

삶은 늘 고군분투 중이라는 말을, 요즘 들어 자주 되뇐다.
글을 썼고, 그 글이 모여 바카라이 되었고, 이제 그 바카라을 세상에 내어놓고 있다.
문장 하나를 붙잡고 오래 머물던 시간은 지나갔는데,
이제는 그 문장이 사람들 사이를 건너가기를 바라며 또 다른 분주함 속에 서 있다.
고작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마음은 마치 몇 계절을 건너온 사람처럼 낡고도 축 가라앉아 있다.
하루는 길고, 또한 하루는 짧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해야 할 일들이 숨을 고르듯 줄지어 서 있고,
밤이 되면 그 모든 일들이 나를 통과해 지나간 흔적만 남는다.
매일매일이 사건 같고, 매일매일이 작은 긴장 속에 놓여 있다.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감각과 무언가를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한 몸처럼 함께 따라다닌다.
사람들 속에서 위로를 받다가 다시 사람들 속에서 지치기도 한다.
이 모순된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그저 ‘지친다’는 단어를 가져다 붙여보지만, 어쩌면 그것은 지침이 아니라 너무 많이 연결되어 있는 마음의 떨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눈빛, 건네받은 한마디의 말, 바카라을 읽었다고 전해오는 짧은 문장 하나가 가슴을 오래 두드리고 간다.
그 따뜻함에 기대어 한 발짝 더 나아가다가도,
문득 모든 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정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나를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자리에서 하루 종일 원하는 바카라만 읽고 싶어진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저 문장 속으로 스며들어 나라는 존재를 잠시 내려놓고 싶은 욕망. 그 욕망은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마음 한편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봄이 와서일까.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이유 없이 간질거린다.
잡히지 않는 것들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고, 지나가는 것들이 더 오래 남는다.
꽃은 떨어지는데, 그 장면은 왜 이토록 아름다운지.
아마도 삶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붙잡고 싶을수록 흘러가고, 흘러가기에 더 깊이 스며드는 것. 나는 이 모든 선택을 스스로 했다.
글을 쓰기로 한 것도, 바카라을 만들기로 한 것도,
그 바카라을 들고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기로 한 것도.
그래서 이 분주함도, 이 긴장도, 이 흔들림도
누군가가 준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흐름의 일부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조금은 더 단단해지고 싶다.
바카라임이라는 말은 때로 무겁지만, 동시에 나를 지탱해 주는 중심이 되기도 한다.
나는 지금 내가 만든 흐름 위에 서 있다.
흐르는 물 위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처럼 조금은 불안정하지만, 그래도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니 괜찮다고, 지금의 이 분주함도 결국 지나갈 계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어깨를 다정히 두드려본다.
언젠가는 조금 더 느린 걸음으로 바카라을 읽는 하루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다.
그날을 너무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지금의 나는 읽는 사람이기 이전에 읽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살아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살아낸다는 것은 언제나 조금의 고군분투를 동반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