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눈부심이 되지 않기를 : 양생

윤슬살롱™

by윤슬살롱

이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시간을 공학에서는 양생이라 부른다. 양생은 단순히 방치하는 시간이 아니다. 구조물이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고 외부의 압력에 저항할 수 있는 설계 강도에 도달할 때까지 습도와 온도를 정밀하게 관리하며 보호하는 인고의 과정이다. 나 역시 한때는 이 과정을 생략한 채 끓어오르는 진심만 쏟아붓는 것이 최선이라 믿었다. 하지만 설계의 세계에서 깨달은 사실은 명확하다. 상대의 마음이라는 거푸집이 감당할 수 있는 타설 속도를 무시한 진심은 결국 안에서부터 균열을 만드는 온도 균열의 원인이 될 뿐이라는 것. 나의 뜨거운 열정이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가 될 수 있음을 나는 이제야 배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나만의 양생 시간을 설계도에 넣기 시작했다. 상대를 만나기 전 내 안의 과잉된 열기를 스스로 식혀내는 시간 속에서 마음을 고르고 내 안의 냉각수를 회전시키는 루틴들. 나를 먼저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이 시간은 고립이 아니라 비로소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는 마음의 강도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말이 칼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도 이런 정교한 양생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온도가 상대에게도 포근한지 살피고 내 뜨거움에 당신이 화상 입지 않도록 기꺼이 나를 먼저 식혀줄 줄 아는 배려. 우리가 안전한가를 먼저 묻는 다정한 유연함. 이 지루하고 고요한 기다림 끝에 비로소 관계는 단단해진다. 그리고 그 단단해진 틈 사이로 비치는 햇살 윤슬을 보며 폭발적인 진심보다 위대한 건 상대를 부서뜨리지 않기 위해 세밀하게 조절된 다정한 절제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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