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디까지 자기 자신을 설계할 수 있는가
인간은 주어진 존재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갈 수 있는 존재인가.
우리는 태어난 환경을 선택하지 못한다.
처음 만난 세계를 선택하지 못한다.
몸에 새겨진 기억과 상처, 습관과 두려움의 상당 부분도 스스로 고른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자신을 이미 정해진 존재처럼 받아들인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나는 원래 느린 사람이다.
나는 원래 불안한 사람이다.
나는 원래 끝까지 못 가는 사람이다.
나는 원래 선택을 잘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인간은 과거의 결과로만 남아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시간을 다시 배치할 수 있고,
반복을 바꿀 수 있으며,
환경을 조정할 수 있고,
관계를 선택할 수 있으며,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을 다시 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완전히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시간 속에서 계속 설계되는 존재다.
물론 모든 것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삶에는 조건이 있고, 한계가 있으며, 감당해야 할 현실이 있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는 사실이 설계의 가능성을 없애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기 설계는 조건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다.
조건 속에서 방향을 다시 정하는 일이다.
시간 이후의 세계에서 인간에게 남는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주어진 삶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내 시간을 통해 나를 다시 설계할 것인가.
자기 설계라는 말은 쉽게 오해된다.
더 나은 이미지를 만드는 일.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일.
더 성공한 사람처럼 자신을 포장하는 일.
더 생산적인 사람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일.
그러나 이것은 자기 설계가 아니다.
자기 설계는 자신을 꾸미는 일이 아니다.
자신을 학대하는 일도 아니다.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해 끝없이 결핍을 증명하는 일도 아니다.
자기 설계는 내 시간을 어떤 방향으로 배치할지 결정하는 일이다.
무엇을 반복할 것인가.
무엇을 줄일 것인가.
무엇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인가.
어떤 환경 안에 나를 둘 것인가.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나눌 것인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어떤 결과를 남기며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곧 자기 설계다.
사람은 생각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결심만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이 반복해서 머무는 시간의 구조를 닮아간다.
매일 어떤 화면을 먼저 보는가.
어떤 말에 반응하는가.
어떤 사람의 기준을 받아들이는가.
어떤 문제 앞에서 도망치는가.
어떤 일을 반복해서 끝까지 해내는가.
이것들이 쌓여 한 사람의 형태를 만든다.
자기 설계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자기 시간을 어떤 구조 안에 둘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수많은 시간의 반복이 쌓인 결과다.
반복해서 한 생각.
반복해서 선택한 관계.
반복해서 피한 문제.
반복해서 허용한 감정.
반복해서 미룬 일.
반복해서 지켜낸 약속.
이 모든 것이 나를 만들었다.
인격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실력도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불안도, 자신감도, 회피도, 바카라임감도 반복된 시간 속에서 강화된다.
따라서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자신을 탓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어떤 시간의 반복 안에서 만들어졌는지 보아야 한다.
나는 어떤 시간에서 약해지는가.
어떤 환경에서 쉽게 무너지는가.
어떤 관계 안에서 나를 잃는가.
어떤 습관이 내 미래를 계속 가로막는가.
어떤 반복이 나를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가.
자기 설계는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내가 원하지 않는 내가 반복되고 있다면,
그것은 의지가 약해서만이 아니다.
그런 나를 계속 생산하는 시간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주권자는 자신을 비난하는 데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만들어온 반복을 본다.
그리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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