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12조 5천억 마리의 로키산맥 메뚜기떼

북아메리카를 한때 뒤덮었던 메뚜기떼는 왜 한순간에 사라졌을까?

by이월

로키산맥의 높은 산길이나 고산 지대에 위치한 그래스호퍼 빙하 및 나이프 포인트 빙하 내부에 수천 톤에 달하는 거대한 메뚜기 사체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빙하들에서 발견된 동사한 메뚜기 개체군의 규모는 북미 대륙 전체를 덮었던 10조 마리 이상의 초거대 대발생 규모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며, 종 전체를 절멸에 이르게 한 근본적인 원인과는 거리가 멉니다.
기상학적 우연이나 기후적 재난에 의해 멸종한 게 아닌 인간의 서부 개척 확장이 곤충들의 핵심 번식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로키산맥 메뚜기는 1866년 곤충학자 B.D. 월시에 의해 Caloptenus spretus라는 학명으로 처음 공식 명명되었으며, 이후 메뚜기과 멜라노플루스 속으로 재분류되었습니다. 종명인 spretus는 라틴어로 경멸받는 이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이는 19세기 농민들에게 주었던 치명적인 경제적 피해와 혐오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성체의 평균 몸길이는 약 20~35mm 수준으로 두드러진 특징은 복부 끝부분을 3분의 1 이상 훌쩍 넘어설 정도로 길게 발달한 앞날개입니다. 이러한 긴 날개 구조는 이 종이 장거리 비행과 대규모 이주에 고도로 특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들의 턱은 곤충계에서 거의 없는 강하며 잡식성으로 이동 경로에 있는 보리, 메밀, 밀, 멜론 등 인간이 재배하는 거의 모든 상업용 농작물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심지어 먹을 수 있는 식물이 고갈되면 나무 울타리 기둥, 양털, 사람들이 빨랫줄에 널어놓은 옷가지까지 씹어 삼켰으며, 극단적인 기아 상태에서는 동족 포식까지 서슴지 않는 잔혹성을 보였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북미 대륙을 휩쓸고 다녔던 메뚜기떼가 갑작스럽게 사라지자, 학계에서는 다양한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었던 가설 중 하나는 로키산맥 메뚜기가 독자적으로 멸종한 독립된 생물 종이 아니라, 현존 중인 짧은 이동성메뚜기의 군집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vjloyovjloyovjlo.png생성형 AI(gemini)가 이 글을 읽고 그린 그림

아프리카와 중동 일대를 휩쓰는 사막메뚜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주성 메뚜기들은 특정 환경 요건에서 생리적 변형을 겪습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제한된 식물 군락 주변으로 곤충들이 과도하게 밀집하면 메뚜기들은 평범하고 온순한 독거상에서 색깔이 어둡게 변하고 날개가 길어지며 매우 공격적이고 탐욕스러운 군집상으로 변모하는 상변이 현상을 겪습니다.

과거의 일부 학자들은 자연에서 과밀 상태에 놓인 로키산 메뚜기가 형태와 색상의 변화를 일으키며 기후 조건이 맞아떨어진다면 언제들 다시 로키산맥 메뚜기의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오랜 학술적 논쟁은 2004년 와이오밍 대학교 제프리 록우드 교수 연구팀이 주도한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끝이 났습니다. 고산 지대 빙하 속에서 채취한 얼어붙은 메뚜기 사체와 박물관에 박제되어 있던 표본과 DNA 유전자가 정확히 일치한 것입니다.


로키산맥 메뚜기의 폭발적인 증식과 대륙 횡단 규모의 이주는 수천 년간 지속되어 온 거대한 자연적 순환의 일부였습니다. 과거의 기록들을 종합해 보면 대략 8년에서 12년 주기로 규모의 축소와 확대를 반복했습니다. 이들은 1800년대 초반에도 서부의 광활한 평원 위에 수백만 마리의 아메리카들소와 더불어 셀 수 없이 많은 메뚜기 떼가 주기적으로 하늘을 덮었습니다.
백인 개척자들의 본격적인 서부로 진출하며 대규모 농업을 시작한 19세기에 접어들자, 인간과 메뚜기의 거주지가 겹치면서 피해 기록이 기하급수적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1828년, 1838년, 1846년 등 서부 전역에 걸쳐 메뚜기 대발생이 연이어 일어났으며, 미네소타주는 1856~1857년과 1865년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한 번 시작된 메뚜기의 폭발적 증식과 이주는 통상적으로 2년 연속 지속된 후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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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한 자연재해를 일깨우는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가뭄의 발생 여부입니다. 메뚜기들은 근본적으로 덥고 건조한 환경을 선호하며 수년에 걸친 가뭄 사이클이 찾아오면, 로키산맥 계곡 일대의 식물 군락이 말라죽으며 급격히 좁아집니다.

메뚜기들은 살아남은 소수의 녹지 주변으로 빽빽하게 밀집하게 되고, 이 과밀 상태에서 날개를 기르고 집단행동을 시작하는 군집상으로 탈바꿈시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처럼 고온 건조하고 메뚜기가 번성하는 기후를 메뚜기 날씨라 불렀고, 상점들은 이에 맞춰 메뚜기 세일이라는 기이한 판촉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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