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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강에서 보트가 뒤집혀 본 적 있나요?

by이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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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빌로우'를 시청했다. 드라마 빌로우는, 작은 어부 마을에 괴생명체가 등장하며 시작한다. 40년 전, 수상가옥을 집어삼킬만한 거대한 힘이 한 가족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시간이 흐르며, 바닷속에 있는 거대한 무언가가 살아있는 생명체일 수도 있겠다는 가설이 등장한다. 이에, 어촌 마을에 아주 커다란 배가 한 척이 등장하는데 어촌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아주 작은 전동 보트에 의존해 그 배에 접근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보다가, 아마존에서 배가 뒤집혔던 기억이 떠올랐다. 커다란 유조선이 아마존 강물을 따라 물길을 가르며 지나갔던 상황이다. 어찌나 큰 배였던지. 커다란 동체가 저 멀리서부터 오는 게 보였는데, 잠깐 눈을 돌린 사이에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해가 수평선 지척까지 다가오던 즈음이었다. 그저 고요히 지나갈 것 같았던 배는, 우리 보트를 뒤집어 놨다.


그 일을 떠올리니, 빌로우에 나온 그 장면을 보고 코웃음이 쳐졌다. 커다란 배 근처로 아주 작은 보트가 접근하는데, 저렇게 물살이 평온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고개를 휘젓다가 문득 그때의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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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해 전의 일이다. 세계 일주를 하던 나는 페루에 있는 아마존강 유역의 마을, 이키토스에 도착했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은, 한국을 떠나오면서 가장 고대했던 여행지 중 하나였다. 아마존은 남미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열대 우림이다. 거대한 규모를 가진 지역인지라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등 여러 나라에 걸쳐져 있다. 나는 이미 세 지역을 여행하기로 계획했던 지라, 어느 나라에서 갈지 선택을 하면 됐었다.


가장 먼저 고민을 시작했던 건 콜롬비아에서였다. 콜롬비아의 '레티시아' 지역이 아마존 마을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 동선과 맞지 않는 너무나 외딴 지역, 그리고 한국어로는 쉽게 찾기 어려운 리뷰들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게다가 여행의 백미인 아마존을, 세계 일주의 전반부에 끝내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여행 후반부에도 흥미로운 장소를 남겨두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 이때는 뒤로 미뤘다.


다음은 페루의 이키토스였다. 콜롬비아에서 아마존 여행을 알아보다가 페루에서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마음이 상당히 동했다. 남미 여행의 종착지가 브라질이었으므로, 페루에서 아마존 여정을 미루면 몇 달 뒤에나 가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콜롬비아, 브라질, 이키토스에 방문하는 비용을 견주어 봤을 때 이키토스의 비행 편이 가장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한국인이 남겨놓은 방문 후기가 여럿 있던 점이, 여행을 시도해 볼 법 하다는 생각을 주기도 했다. '그래, 기왕이면 여행객에게 접근성이 높은 곳이 가기에도 안전할 거야. 여행객이 돈을 가져온다는 생각이 있으니 여행하기엔 수월할 테지.'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키토스가 상업화된 관광지라는 후기도 있었다. 여행객들이 많이 다니다 보니, 물가가 비싸기도 하고 큰 볼거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던 것이다. '흠, 큰돈 들여갔는데, 얻은 게 없어서 아쉬우려나. 하지만 너무 궁금한걸. 그래도 안전한 게 먼저니까, 이번에 방문해서 어떤 곳인지 살짝 알아보고 재미있어서 또 가보고 싶으면 브라질에서 들르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마존 여행을 준비하며 한국에서 처방받은 말라리아 약이 있었는데, 유통기한과 보관방법에 우려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 방문하는 게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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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그렇게 이키토스에 도착했다. 투어사를 찾아 3박 4일의 아마존 체험을 신청했다. 2박 3일을 신청하기에는 너무 짧은 느낌이었고, 4박 5일은 문명에서 너무 벗어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도심에서 투어 가이드와 세 명의 체코 여행객들을 만났다. 일행이 모두 모이자, 보트 선착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선착장 부근엔 아마존 원주민들이 먹는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한 번 살펴보라고 말하던 가이드는, 이내 커다랗게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소개해 줬다. 수리(suri)라는 애벌레였다. 아마존에 사는 사람들은 이 벌레가 독감에 좋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게 뭐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새하얗게 꿈틀대는 벌레는 굼벵이 같은 모양새였다. 그런데 한 열 배쯤 확대된. 물속에 담긴 애벌레의 움직임이 육안으로 너무나 선명하게 잘 보였다. 한 번 꿈틀하는 순간, 머리 쪽 주름에서 꼬리 쪽 주름까지 꿀렁 하고 움직이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함께 여행하던 체코 아저씨가 흥미를 보였다. “이런 곳에 왔으니 한 번 도전해 봐야지!” 하고 호기롭게 말했다. 가이드가 먼저 애벌레 먹는 시범을 보였다. 애벌레를 집게와 검지로 쥐고 치아로 머리를 끊어냈다. 그다음에 애벌레를 쪽쪽 하고 빨아먹으면 된다고 했다. 아저씨는 단숨에 애벌레를 집어삼켰다. 나도 모르게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사실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다. "어떤 맛이에요?" 하고 물었더니 맛이 제법 괜찮다고 한다.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지만, 도전하기에는 자신감이 부족했다. 계속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체코 아저씨가 자신의 모험담으로 여행가의 자존심을 건든다. 여행에서 우리가 경험해야 하는 것은,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이라고. 이들이 먹고 살아가는 걸 체험해야, 진짜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 하며 말이다. 도발하는 말이었지만, 맞는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체코 아저씨 일행 중 한 명이 너는 안 먹어도 된다며 말을 덧붙였다. "재는 미친놈이야. 저런 이상한 걸 맨날 도전하는 놈이거든" 했다. "아저씨도 저 애벌레 먹을 거예요?" "으, 미쳤어? 나는 절대 안 먹어. 저기에 뭐가 들었을 줄 알고." 같은 생각이었다. 아마존 일대에서 감기에 좋다며 애벌레를 먹는다는 얘기는, 아픈 곳에 된장을 바르면 낫는다고 믿는 민간요법처럼 들렸다.


그럼에도 궁금했다. 앞서 누군가가 도전해 보는 모습을 보니, 해볼 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부추기는 체코 아저씨가 결심을 서게 만든 일등공신이긴 했다. 큰맘을 먹고 애벌레 머리를 엄지손가락과 검지로 쥐었다. 하지만 애벌레가 손안에서 꿈틀하고 움직이자 팔뚝부터 머리끝까지 소름이 쫙 돋았다. 곧바로 가이드에게 애벌레를 돌려주었다.


체코 아저씨가 한 번 더 부추긴다. 인생에 한 번뿐인 경험인데 이걸 놓칠 거냐며 말이다. "그치만, 쟤가 제 손에서 꿈틀하잖아요! 제 팔뚝을 좀 보세요, 소름이 돋았어요" "그래도 한 번 해봐" "어우, 저 머리를 어떻게 떼어내요! 전 못 해요!" "그래? 그럼 내가 떼어 줄 테니까 먹어볼 수 있겠어?" "... 그러면 한번 먹어볼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체코 아저씨가 애벌레의 머리를 끊어냈다.


하, 이제 이판 사판이다. 눈을 딱 감고 애벌레를 한 입에 넣었다. 당황스러웠다. 왜냐면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액체에서는 맑고 단 이슬차 같은 맛이 났다. '뭐야, 왜 괜찮지?' 표정을 찌푸리며 남은 애벌레를 해치웠다. 고무 같은 애벌레를 질겅질겅 씹었는데, 너무 질겨 씹는 게 더 고역이라 그냥 삼켰다. 정말,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은 맛이었다. 떫고 시고 쓴맛을 상상했는데 잘 정제된 단물을 먹는 맛이었다. "뭐야 별거 아니네" 하며, 거들먹 거린 건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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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배를 타고 아마존 마을로 향했다. 마을로 향하는 동안 고요한 자연을 맛볼 수 있었다. 마을 어귀로 들어서자, 아마존 하늘과 강이 데칼코마니로 변했다. 잔잔한 아마존 강물은 주변의 풍경을 모두 반영했고, 그 모습이 꼭 거울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유역의 이름은 옛 아마존 원주민 말로, '거울 강'이라고 한다. 이후 분홍 돌고래도 보고, 실제 사람들이 사는 아마존 마을도 방문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마친 뒤, 피라냐 낚시를 하며 첫째 날이 끝났다.


사실, 이날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 강가로 피라냐 낚시를 하러 나섰는데 피라냐가 손바닥만 했다. 물고기를 본 체코 아저씨가 투덜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큰 물고기가 안 살아요?" 가이드가 답했다. "여기에는 이 정도만 한 물고기만 살아요." "그럼 다른 곳으로 좀 이동하면 안 돼요? 여기는 물고기가 잘 잡히지도 않잖아요." 가이드가 오늘은 이곳에서 낚시를 하고, 내일 자리를 옮겨보자고 했지만 체코 아저씨의 고집이 이겼다.


가이드는 배를 강 상류로 돌렸다. 가는 동안 체코 아저씨는 자기가 아마존을 4번을 다녀왔었고, 팔뚝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은 적이 있다는 소리를 의기양양하게 꺼냈다. 물 상류로 가면 더 큰 물고기가 있다며. 그걸 기대하며 이곳에 왔다고까지도. 하지만 아쉽게도 아마존 상류에 그보다 더 큰 물고기는 없었다. 심지어 손바닥만 하던 물고기도 잘 잡히지를 않았다. 체코 아저씨들이 그라데이션 분노로 차오른 건 한순간이었다.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식사 준비가 우리가 도착하고서야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아저씨들은 또 화가 났다. 점차 목소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이드와 앉아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일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오전엔 낚시를 하고, 숙소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정글 탐험을 할 예정이에요." "그치만, 낚시를 하다가 숙소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잖아요. 점심을 간단히 준비해서, 낚시를 하다가 정글을 보면 어떨까 하는데."


가이드가 난색을 표했다. 가이드도 안 되면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하면 되는데, 안 된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말로는 될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우리에게 결정을 떠넘겼다.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체코 아저씨들 말마따나, 왔다 갔다 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은 것 같아 오전 일정과 오후 일정을 한 번에 다녀오는 걸로 결정했다.


이야기를 마친 뒤, 저녁은 8시 즈음 차려졌다. 체코 아저씨들은 또다시 화를 냈다. 이유는 이러했다. 아마존이 전기 수급이 안 되다 보니 9시까지만 불이 들어왔다. 식사 후 곧장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것이 맘에 안 든 것이다. 나는 9시가 가까워지기에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방으로 와 샤워를 마치고 누웠다. 내일 아침 일출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체코 아저씨들과 가이드의 기싸움에 진이 빠진 것도 피곤한데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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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사부작 거리며 준비를 마쳤다. 아침 5시에 아마존 강에서 일출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채비를 하고 5시가 되기 5분 전에 거실로 나왔다. 나와보니 아무도 없었다. 5시 10분쯤이 되어서야 체코 아저씨들이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가이드는 깜깜무소식이었다. 5시 20분쯤, 이제 막 일어난듯해 보이는 가이드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나왔다. 늦잠을 잤다고 했다. 그러더니 어젯밤 비가 많이 와서, 보트에 물이 찼고 그걸 퍼내야 하니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다.


체코 아저씨들이 분노에 차올랐다. 어제 잠시 잠재웠던 도화선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 늦잠을 잔 것도 모자라, 이제서야 물을 퍼내다니! 아저씨 세 명이서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체코 말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낮아지던 목소리가 고조된 걸 보니 화가 무척이나 나 보였다. 가이드가 물을 다 퍼내고 나자 시간은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이드가 준비가 됐으니 와서 배에 앉으라고 한다. 나무배의 좌석이 빗물에 젖어 물이 흥건했다. 체코 아저씨가 "이렇게 물에 젖은 곳엔 못 앉을 것 같은데?" 하자 가이드가 잠시 멈췄다가 닦을 걸 가져오겠다고 하더니, 천을 가져와 좌석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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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모두 자리에 앉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기에 이제야 이곳에서 떠나는구나 싶었다. 안도감을 갖고 촬영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이런 날은 꼭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가이드가 시동을 거는데, 보트가 움직이지를 않는다. 모터가 고장 난 것이다. 몇 번 시동을 걸어보던 가이드는, 배가 고장 난 것 같아서 다른 배를 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물을 금방 퍼낼 테니 잠시만 기다려달란다.


아저씨들은 서로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숙소 거실로 향했다. 나도 밖에서 기다려봤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거실에 들어와 앉았다. 화가 많이 난 그들이 언성을 높이며 대화를 나눴다. 아침인지라 에너지를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잠자코 있는데, 한 체코 아저씨가 내게 와서 시비를 건다.


"스텔라, 너는 5시부터 나와서 기다렸는데 왜 가이드한테 아무 말도 안 해?" "저도 기분은 안 좋죠. 그치만 얘기할 시간이 없었어요." "얘기할 시간이 왜 없어. 너는 화도 안 나? '코리안 걸'은 이런 게 아무렇지도 않나 봐?" "가이드가 일어나서 나왔을 땐, 바로 물을 퍼내러 가고 있었고, 그다음엔 아저씨들이랑 얘기했잖아요. 제가 언제 얘기할 시간이 있었죠?" 하고 반문을 하니 짜증 난 듯 표정을 구기기에 밖으로 나왔다.


솔직히 화를 내려면 난 양쪽에 내야 했다. 둘 다 늦었으니까. 하지만 화를 낸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해는 정해진 시간에 떴다. 모두들 늦었고, 배에 물이 차면 못 떠나는 건 매한가지다. 가이드에게 시비를 걸어 시간을 잡아먹어봤자, 해를 볼 시간만 놓치는 것이다. 내가 이곳에서 원하는 건 '아마존 강에서 해가 뜨는 걸 보는 것'이지, 가이드에게 서비스가 형편없다며 면박을 주는 일이 아니었다.


체코 아저씨들이 화를 내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나도 슬슬 짜증이 날 참이었으니까. 하지만, 여정이 별로라며 화를 쏟아내는 체코 아저씨들이나, 아저씨의 불길에 기싸움으로 응수하는 가이드의 싸움을 보고 있는 나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그저 여행을 하러 왔을 뿐인데, 둘의 싸움으로 일출을 못 보는 피해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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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보트가 준비가 됐다. 물을 다 퍼낸 가이드는 우리를 불러냈다. 이번엔 자리도 미리 다 닦아뒀다. 나는 부르는 대로 바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해가 점점 떠오르는 시간이 되자 사위가 실시간으로 밝아지는 중이었다. 해가 떴더라도 주황빛 하늘이나마 볼 수 있겠거니 했다. 아마존 강에 가서 주황빛 잔흔이라도 보고 싶었다.


뒤이어 두 명의 체코 아저씨가 자리에 앉았다. 잔뜩 투덜거리며 말이다. 하지만 한 아저씨가 5분 여가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아저씨가 가서 그분을 모셔왔다. 그 아저씨는 화가 많이 나 보였다. 천으로 닦았지만 여전히 물기가 젖어 있는 좌석을 보고선 "내가 어디에 앉아야 할까요?" 한다. 내가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눈치 없이 "여기에 앉으면 될 것 같아요." 답하자, 다른 아저씨가 모터에 덮어 놓았던 포대자루를 들어 올렸다. "이거 깔고 앉아." 하고.


가이드가 놀라서 아저씨들에게 말했다. "이건 모터가 비에 젖지 말라고 덮어놓은 거예요." 아저씨는 못 들은 척을 했다. 가이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이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서 건넸다. 체코 아저씨가 그걸로 좌석을 닦더니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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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싸움 끝에 드디어 아마존 강으로 향했다. 칠흑 같던 어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랜턴 없이도 충분히 피아 구분이 될 정도로 주변이 밝아졌다. 결국 모두들 불편한 마음으로 아마존 강을 유영하기 시작했다. 이동을 하는 내내 아무도 말이 없었다.


솔직히 너무 답답했다. 가이드와 아저씨들의 신경전에 못내 눈치가 보였고, 촬영도 힘들고 기분도 안 좋았다. 아저씨들이 기분이 안 좋다는 이유로, 가이드가 늦잠을 잔 이유로 나는 아마존에서 일출을 보는 경험을 빼앗겼으니까.


강물을 가르던 배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2차 난관에 봉착했다. 아저씨들의 화가 더 거세진 것이다. 이유는 분명했다. 어제 가이드가 말하길, 오늘 아침에는 일출을 보러 '몽키 아일랜드'에 방문한다고 했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달하고 보니, 어제 우리가 방문했던 인근의 마을이었다.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한 아저씨가 "여기가 몽키 아일랜드야?" 하며 콧방귀를 뀐다. 다른 아저씨는 "이럴 줄 알았어. 이래서 내가 오고 싶지 않았어."라며 고개를 푹 숙인다.


사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방금 도착한 곳이 어제 왔던 곳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기대했던 몽키 아일랜드가 아닐지언정 한 번 가본 후에 싫은지 아닌지 결정을 내려도 된다고 생각을 했다. 기분이 상한 아저씨들은, 자리에 못 박은 듯 보트에 앉아서 이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이드는 배에서 내린 채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나는 스트레스를 받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잠시 신경전을 벌이던 아저씨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천천히 뒤를 따른다. 나는 배에서 내린 후, 앞장서서 걸어가는 가이드를 따라 길을 걸었다. 가이드와 아저씨들의 간극은 N 극과 S 극처럼 좁혀지지를 않았다. 심리적 거리감이 물리적 거리감으로 번져갔다.


도착한 몽키 아일랜드에는 원숭이도 일출도 없었다. 맨드러진 땅 위에 아무것도 없는 모습을 보니 사실 좀 허탈했다. 뒤따라온 아저씨들은 가이드가 성의 없이 원숭이를 불러제끼는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도달한 느낌이었다. 그들은 영상을 찍으며 비꼬기 시작했다. "와! 여기 보세요!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여기 강아지가 있어요! 강아지가 있는 걸 보다니, 너무 놀라운걸요!" 하며.


결국 우리는 여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저씨들은 가이드에게 투어에 대한 거센 항의를 던졌다. 시간을 버렸다며 이키토스로 돌아가게 배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계속 배편이 없다며 고사하던 가이드는 회사와 통화를 한 뒤, 체코 아저씨들에게 배를 구해줬다.


나에게도 선택지가 주어졌다. 여정을 오늘 마치고 나갈지, 아니면 이곳에 머물면서 남은 여정을 소화할지. 비행 편이 정해져 있었던 까닭에, 나는 결국 남는 걸 택했다. 여담이지만, 내가 한목소리를 내길 원했던 체코 아저씨 중 한 명은, 갈팡질팡하는 내 모습을 보며, 상당히 빈정거리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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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체코 아저씨들이 떠났다. 큰 폭풍을 맞닥뜨린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피라냐 낚시를 떠났다. 아마존 현지인과 함께 피라냐를 낚시하는 체험이었다. 롯지에 머무르는 다른 젊은 커플과 함께 이동을 시작했다. 낚시터에는 손바닥만 한 피라냐가 있었다. 어제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오늘은 물고기를 잡았고 그럭저럭 즐거웠다. 사실 어제보다는 훨씬 좋았다. 눈치 볼 사람도 없고, 물고기를 잡는 일도 처음이었으니까. 이제서야 제법 아마존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낚시를 마치고 숙소에서 가이드를 만났다. 이제 막 체코 아저씨들을 배에 태워 이키토스로 돌려보낸 참이었다. 가이드가 어색하게 말을 건넸다. 아마존 강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며 수영을 하고 싶으면 채비를 하라고 했다. '아마존 강에서 수영이라니!' 신이 난 나는 곧바로 들어가서 수영복을 챙겨 입고 선 밖으로 나왔다.


곧바로 아마존 강으로 향할 줄 알았는데, 가이드가 몽키 아일랜드에 한 번 들르겠냐고 묻는다. 아마존으로 출발하기 전, 가이드가 아마존에서 뭘 해보고 싶냐고 물었다. 그때 동물을 보고 싶다고 주야장천 말을 했었다. 오늘 피라냐 일정을 가는 동안에도, 나무늘보를 보고 싶다고 계속 외쳐왔고.


그 말을 기억한 가이드는, 지금 몽키 아일랜드에 가면 원숭이가 있을 거라고 했다. 어차피 일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몽키 아일랜드로 먼저 향했다. 아침에 텅 빈 공터를 본 터라, 기대감이 적었던 게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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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웬걸, 몽키 아일랜드에 원숭이가 정말 많았다. 아침과는 딴판으로 원숭이 세상이 되어 있었다. 자리를 잡고 쉬던 원숭이들은 사람이 익숙한지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알고 보니 몽키 아일랜드는 동물 보호 센터였다. 야생에서 불법으로 포획된 동물을 구조한 경우, 몸을 회복시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라고 한다. 회복을 마친 동물들은 자유롭게 정글로 돌아갈 수 있지만, 이 환경에 적응한 동물들은 이곳에서 머무르듯 살고 있다고 했다. 정부 기관에서 인증한 공식 보호 센터라고 하는 듯했다.


너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큰 고릴라 같은 녀석부터, 아주 작은 스쿼럴 몽키까지. 귀엽기만 한 스쿼럴 몽키가 내 몸을 호다닥 올라타는 것도 너무 즐거웠다. 내 몸을 타고 오를 때 손바닥이 보드라운 게 느껴졌다. 먼저 다가가 만지지 않아도, 눈앞까지 찾아와 재주를 부리는 게 마치 날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느껴져 들뜨는 마음이 들었다.


야생 동물은 사람 손을 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여행하는 내내 동물을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가까이 보거나 만질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아마존에서 경험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야생동물을 보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나 적극적인 만남을 갖게 되다니! 이틀간의 고생이 모두 원점으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정말 어쩔 줄 몰라 하며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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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들뜬 상태로 아마존 강으로 향했다. 해가 점차 기울기 시작하던 시간이었다. 가이드가 강에서 수영을 하다가 일몰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가 주변으로 자라난, 부레옥잠같이 생긴 초록 빛깔 수초들을 제치고 강 중심부로 향했다. 시원한 바람이 몸을 감싸니 자연과 한 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이드가 신이 난 내 모습을 보더니, 보트를 한 번 운전해 보겠느냐고 물었다. 엑셀이 눌려진 상태에서 보트 키를 좌우로 움직이면 배가 그에 따라 움직였다. 낯선 경험이었지만 즐거웠다.


오늘 아침에 끝 모르고 추락하던 기분은 한껏 고양됐다. 피라냐도 잡고, 원숭이도 보고, 심지어 보트까지 몰아보다니! '아침까지 이어진 스트레스는 오늘 일이 즐거우려고 일어난 일이었나 보다' 하며 기분 좋게 수영까지 마쳤다.


해가 점차 저물기 시작했다. 아마존 강 위에 둥둥 떠서 일몰을 보다니. 이것이야말로 아마존에서나 할 수 있는 액티비티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에 8시간을 콕 박혀서 일을 하고, 퇴근해서 저녁을 먹으며 유튜브로 대리만족을 하는 일상이 아니었다. 수풀을 헤치고 강으로 떠나 피라냐를 낚시하고, 자연에 돌아다니는 원숭이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강물에 둥둥 떠다니며 해가 지는 풍경을 맞이하는 삶. 그리던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지는 해가 내 감수성을 감아올렸다.


가이드가 갑자기 머드팩을 제안했다. 아마존 강가에 모래가 고와 머드팩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보령 머드 축제처럼 갯벌에 있는 진흙을 경험하기 쉽지만, 사실 외국에선 흔한 생태계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굉장히 귀한 볼거리인듯했다. 가이드가 선심을 쓰듯이 말을 꺼냈고 엄청나게 좋은 곳이라기에 솔깃한 마음이 들어 기대감을 갖고 머드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아, 오늘 여정의 피날레는 이곳이구나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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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다다르자, 가이드는 보트를 잠시 옆에 정박했다. 배에서 내리자 발이 푹푹 패이며, 머드 팩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등장했다. 자리에 앉아 머드를 발목 위로 올리고 있는데, 눈앞으로 커다란 배 한 척이 보였다. 정말 커다란 배였다. 엄청 크길래 시선을 잠시 빼앗겼다. 한 20여 분이 지났을까? 고개를 드니 배가 더욱 켜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크기를 고려하더라도 눈 깜짝할 사이였다. 일몰 아래로 물살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 위로 파도의 움직임이 보였다. 뾰족한 뱃머리를 가진 큰 선박이 물살을 가르자, 집채만 한 파도가 생성된 것이다. 마치 날카로운 가위가 색종이를 일직선으로 잘라내는 것처럼, 배가 만들어낸 파도가 주변의 모든 물살을 가로질렀다. 해가 저무는 바다 저변으로 집채만 한 파도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나는 가이드에게 파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엄청 큰 파도가 오고 있어!" 가이드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원래 큰 배가 지나가면, 큰 파도가 일어" 하고. 말문이 막혔다. 내 눈앞에 보이는 건, 아무리 봐도 재해에 버금가는 파도였다. 그래도 한 번 보라며 손가락으로 파도를 가리키는 그 순간, 파도가 우리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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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파도는 나와 가이드만 덮친 게 아니었다. 정박된 보트 위로 큰 곡선을 가진 파도가 덮쳤고, 묶어놓은 밧줄까지 풀어냈다. 머리 꼭대기에서 물을 맞은 우리도 마찬가지로 강물에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물 아래로 고꾸라졌다가 수면 위로 둥실하고 올랐다. 강에서 수영을 못 하는 나는 구명조끼를 생명줄처럼 생각하고 입고 다녔기에 물 위에 바로 뜬 것이다.


물 위로 올라오자, 다급히 나를 향해 다가오는 가이드가 보였다. 가이드는 물살에 떠내려가는 나를 있는 힘껏 당겨 육지로 올려냈다. 나도 안간힘을 쓰며 뭍으로 올랐다. 다음은 보트를 붙잡아야 했다. 배는 물벼락을 맞았고 한 차례 뒤집어진 후였다. 보트를 원 위치로 되돌리는 사이, 배 안으로 물이 한가득 들어찼다. 밧줄이 풀려 떠내려가는 보트를 힘껏 붙잡으려 했지만, 미끄러운 진흙에 두 번이나 넘어졌다. 급한 대로 배에 물이 차며 떠내려가고 있는 물건들을 먼저 건져냈다.


스쳐 지나간 커다란 물살에 모든 게 떠내려갔다. 수영을 하기 위해 잠깐 벗어뒀던 옷가지는 물론이고, 휴대폰과 보조배터리, 심지어 무선이어폰마저 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가이드는 물 위에서 표적을 찾는 새처럼 바다를 유심히 살펴 가며 둥둥 떠다니는 내 물건들을 주워서 내게 되돌려줬다.


가이드가 물건을 모두 건네주더니 배를 붙잡았다. 본인이 배를 붙잡을 테니 나는 위에 올라가 있으라고 한다. 아무래도 계속 넘어지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게 더 일일 것 같아, 잠자코 앉아서 가이드가 배를 붙잡는 모양새를 지켜봤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떠내려가려는 보트와 이에 대항해서 붙들고 있는 가이드의 사투는 10분 넘게 이어졌다.


한참을 일렁이던 파도는, 다른 것들을 휩쓸러 저 멀리 떠났다. 그사이 배를 붙잡느라 녹초가 되어버린 우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떠내려갈 뻔한 배를 붙잡아 급한 불은 껐지만, 물에 젖은 모터가 움직일 수 있을지도 고민이었고 또 배 위에 한가득 담긴 물을 퍼내는 것도 걱정이었다. '우리 오늘 돌아갈 수 있는 건 맞지?' 하는 말이 입안에 맴돌았지만,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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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가 저무는 아마존 강가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강물을 퍼냈다. 말없이 철벅철벅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양손으로 물을 퍼냈지만, 몇 명의 사람을 싣는 보트에 물이 절반 가까이 찼다. 물은 쉽사리 줄어들지를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강물 어귀를 지나던 사람이 우리가 물을 퍼내는 모습을 보더니 조용히 양동이를 건네곤 사라졌다. 양동이를 하나밖에 주지 않아서 가이드는 양동이로 물을 퍼냈고, 나는 그 옆에서 손으로 물을 퍼냈다.


어느 정도 물을 퍼냈을 무렵, 모터에 시동을 걸었다. 안 걸렸다. 다시 걸었다. 또 안 걸린다. 그렇게 간절한 마음을 담아 모터에 시동을 몇 차례 더 걸었을 무렵, 다행히 부아아앙-하며 엔진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정말 막막했었는데, 숙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돌아오는 길의 야경은 얄미울 정도로 예뻤다. 물을 퍼내느라 해는 다 저버렸고, 살짝 구름이 낀 하늘은 달과 별이 빛을 밝혔다. 아마존 강의 큰 물줄기에서 마을 어귀로 들어가는 작은 물줄기까지 이동하는 동안, 별빛 달빛에 의존해서 길을 찾았다. 점점 어둑어둑 해지자 까막눈이 된 나와 달리, 가이드는 작은 빛을 보며 길을 찾았다. 그렇게 무사히 숙소에 도착한 게, 아마존 이튿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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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커다란 파도를 보며 위협을 감지하고 말을 꺼냈건만 쳐다보지도 않은 가이드라던가. 물에 젖은 휴대폰이 제발 무사하길 바라며 기도하며 잠들었던 밤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아, 인생은 새옹지마라 하던가. 그래도 이렇게까지 극적일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동안 롤러코스터를 열 번은 탄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 에세이를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꼭 넣고 싶었던 이야기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나는 자연에서 사는 삶에 대해 배웠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하루에 네 시간만 전기를 쓸 수 있는 삶. 그마저도 어둠이 찾아올 무렵에야 전등을 켜는 삶. 강물을 오가는 보트의 모터가 고장 나면 그대로 고립되어야 하는 삶. 자연에 재해가 나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삶 같은 것들 말이다.


일상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게 누리는 것들이, 자연과 가까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딴 세상 같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날이 유독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감사하다. 거대한 파도가 우리를 덮쳤음에도 보트가 떠내려가지 않은 일, 휴대폰이 무사한 일, 모터가 작동한 일, 집까지 무사히 돌아온 일 모두. 감사하게도 나는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자카르타에서 한 달 살이를 하며, 숙소에서 에어컨을 켜놓은 채 느긋하게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때는 누가 준대도 안 가질 터무니없는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은 그때의 일이 추억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아마존에서 재미있는 일 있었는데, 들려줄까?"할 수 있는 무용담이 되기도 했고. 새옹지마의 끝은 어쩌면 내가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지금에서야 끝이 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삶은,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삶이라는 걸 말이다. 수도에 물을 틀면 갈색 물이 아닌 잘 여과된 투명한 물이 나오고, 단 4시간이 아니라 24시간 내내 전기를 쓸 수 있는 삶. 비가 쏟아져 천장에 물이 새어 걱정에 안절부절못하는 삶이 아니라, 창문에서 타닥타닥 빗소리를 즐길 수 있는 삶을 살고 있고 이 모든 게 누군가에겐 일상이 아닌 것이라고 말이다. 오늘 여러분들도 이 글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따스해지길 바라며, 오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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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 세계여행자] 정답이 아닌 것들 사이에서 선택하고 싶지 않아서,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뛰어든 평범한 사람의 여행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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