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를 짓는 일
절제라는 말은 마디를 지어 다스린다.
절(節)은 본래
대나무의 마디를 가리키던 글자였다.
속이 텅 비어 있는데도
대나무가 하늘 높이 곧게 서는 것은
줄기마다 마디가
촘촘히 박혀 있기 때문
계절이라는 말에도
같은 글자가 들어있다.
흐르기만 하는 시간에
마디를 지어주었기에
우리는 봄과 겨울을
나누어 부를 수 있었다.
비슷한 말로 억제가 있다.
솟아오르는 것을
위에서 눌러 가두는 일
하지만 절제는
누르는 일이 아니었다.
자라나는 힘에
알맞은 자리마다
마디를 놓아주는 일
억제가
뚜껑을 닫아 끓는 물을 막는 일이라면
절제는
불의 세기를 알맞게 낮추는 일
하고 싶은 말이 목까지 차오른 밤
길게 써 내려가던 메시지를
한 줄만 남기고
조용히 지우던 순간
보내지 못한 말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말들은 마디가 되어
내 안에 단단히 남았고
마디 덕분에
꺾이지 않고
다음 날 아침 다시
곧게 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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