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미국 위스콘신 대학
심리학자 로버트 엔라이트는
오래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사람들과
마주 앉아 한 가지를 가르쳤다.
용서란 잊는 일이 아니다.
잘못을 없던 일로 하는 일도 아니다.
다만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을 향한
원망의 무게를 내 손에서 내려놓는 일이다.
그는 보았다.
용서하는 사람의 마음은 조금씩 가벼워졌지만
그것이 곧 다시 곁에 앉는 일은 아니라는 것
용서와 화해는 서로 다른 길
용서는 내 안에서 홀로 하는 일이고
화해는 두 사람이 함께 걸어야 하는 일
오래도록
용서했다면 문도 열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마음이 아직 아픈데도
괜찮아진 척 다시 그 앞에 앉았고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말에 다시 베였다.
하지만 용서는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니었다.
그 사람을 미워하느라 쓰던 마음을
이제는 나를 위해 쓰겠다는 결심
멀리서 안부를 빌어 줄 수 있고
다시는 같은 식탁에 앉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두 가지는 한 마음 안에서 나란히 살 수 있었다.
오래 쥐고 있던 원망을
가만히 펴 본다.
그리고 문은 닫아 둔 채
그 사람의 평안을 조용히 빌어 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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