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제주도의 회식 문화

애슐리와 노형동 횟집 사이에서.....

byJJ teacher

오늘 가을 운동회가 끝나고 직원회식이 있었다. 회식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나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 '와! 애슐리 간대. 어차피 밥만 먹고 그냥 올테니까 맛있는 거나 한 번 먹지!' 이런 생각 외에는 어떠한 기대가 없었다.


작년 3월, 서울로 다시 올라왔을 때 직원 환영식이 있다고 해서 한껏 기대를 했었다.

'이참에 선생님들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구나. 친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그런데 그날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1차 고깃집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한 명, 두 명 주섬주섬 짐을 챙겨 사라지기 시작했다. 30여 명의 직원 중 술을 마시는 사람은 다섯 정도에 불과했고 결국 그 다섯 명 정도만 남고 어느새 모든 직원들이 사라졌다. 내가 서울에서 근무를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7~8년 동안 서울의 회식문화는 너무도 바뀌어 있었다. 그날 나는 내 테이블에 앉아있던 교감, 교장 외에 말해본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주도에서 근무할 때의 회식자리가 떠올랐다. 거하게 돌아가며 한 잔씩 하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2차로 자리를 옮겨 밤이 늦을 때까지 이어졌던 회식! 그때 마셨던 '한라산'소주는 참 달았다. 회식자리가 길어질 수록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고 친근감이 쌓였던 것도 사실이다. 어떤 일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양이 있으면 음이 있듯이 회식이 잦고 길어지면서 친해지는 만큼 서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했다. 하지만 참 인간적이기는 했다.


서울에서 다시 근무한 지 2년차, 사람은 참 적응이 빠르다. 올해는 분위기가 더 차갑게 바뀌어서 정말 접시에 자기 먹을 것만 가져다가 조용히 밥만 먹었다. 한 명 두 명 사라져도 누가 가는지조차 모르는 분위기, 이것이 서울스타일! 나도 이 분위기에 편승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패밀리레스토랑에 왔으니 먹고 싶은 것만 담아 두 접시 간단히 해치우고 인사도 없이 나와 조용히 집으로 왔다. 누구 하나 나에게 어디 갔는지 전화를 하거나 찾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조직이든 비슷하겠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온라인 게임 분위기는 차이가 큰 것 같다. 언젠가 아내에게 비인간적인 서울의 회식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서울 사람인 아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깔끔하고 좋아. 난 나 신규 때 억지로 술 마시라고 하고 인사하라고 해서 얼마나 싫었는데!'

이것도 서울출신, 충청도 지방 출신의 태생적 차이인가? 난 여기저기서 술 따라주고 관심 가져주어서 좋았는데 말이다. 하긴 바꿔 생각해 보면 회식 때 관리자에게 인사도 안 하고 집으로 돌아와도 아무 말 안 하는 것이 편하긴 하다. 그런데 가슴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허탈함은 왜일까? 뭘 먹긴 먹었는데 아무 것도 먹지 않은 것처럼 배고픈 이유는 왜일까?


10월 하순, 지금 제주도는 방어가 한창이겠지?

오늘, 제주시 노형동 작은 횟집에서 푸짐한 방어 한 접시에

동료들과 마시던 한라산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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