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만 4박5일 (1) - 2026.03.04~2026.03.08
최근 들어서야 한국에서 고베까지 직항 노선이 생기고, 일본 소도시 여행이 꾸준히 인기를 타면서 고베시만을 여행지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베 입지는 나라, 교토와 함께 오사카 여행자들이 들르는 근교 여행지 중 한 군데 정도였다. 그마저도 청수사나 금각사, 은각사 등 관광지가 많은 교토나 사슴공원으로 유명한 나라만 당일치기 일정에 넣고 고베는 제끼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제서야 여행객들이 그 매력을 탐구하기 시작한 고베. 근처 오사카나 교토를 과감히 제외하고 고베만 4박 5일 동안 여행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순전히 지난 나가사키 방문 때 생겼던 일본 항구 도시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간사이 공항에서 베이셔틀을 타고 들어가는 30여 분은 나에게 항구 도시에 대한 이유 모를 기대감을 키우기 충분했다.
요코하마, 나가사키, 하코다테, 니가타 등과 함께 일본의 개항지였던 고베는 전 세계 많은 항구도시가 그러하듯 외부의 문화가 자국 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최초의 재즈 밴드 래핑 스타즈(Laughing Stars)가 공연을 펼친 고베는 재즈 외에도 커피, 스위츠, 그리고 기타노이진칸으로 대표되는 서양식 건축물 등 일본식 서구 문화의 풍경을 도시 곳곳에 품고 있다.
우라시마야 고베 모토마치
https://maps.app.goo.gl/QmyGeJWQVNg1jK1D7
개항과 함께 육식 문화가 빠르게 유입된 곳이기도 한데, 그 덕분에 소고기 수급을 위한 품종 개량과 사육 환경 개선에 힘입어 우리에게도 '고베규카츠'라는 브랜드로 익숙한 고베규는 일본에서도 최고급 소고기로 통한다. 나 역시 고베에 온 만큼 고베규를 맛보기 위해 숙소 근처의 비교적 저렴해 보이는 야키니구집을 찾았다. 그러나 첫째날 저녁이라는 기대감을 잠시 접어두고 찾은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고베규의 가격은 꽤나 살인적이라 배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비교적 저렴한 야마가타규와 버섯 모둠을 주문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러나 새것과 옛것, 옛것 중에서도 일본의 옛것과 서구의 옛것이 섞여 있는 고베 밤거리를 걷는 것만으로 아쉬움은 3월 초 고베의 맵싸한 공기 사이로 흩어져 사라졌다.
숙소로 돌아온 후, 나는 야키니쿠 냄새가 밴 옷과 함께 피로를 벗어던졌다. 일행이자 애인은 씻을 새도 없이 노트북을 켜고 할 일에 몰두했다. 바쁜 와중에도 동행해준 것에 감사하면서도, 여행을 반밖에 즐기지 못하는 듯한 느낌에 아쉬움이 없진 않았으나, 창문 바로 앞의 모자이크와 포트타워는 남은 4박5일에 뭉클한 기대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