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리더의 외로움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옆 부서 상무님을 만났다.
"어, 상무님~~~어디 가세요?"
그냥 가볍게 물어본건데, 상무님 표정은 복잡미묘하게 변했다.
"아, 점심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어서요..."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식당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반면 상무님은 딱 봐도 혼자였다. 나도 같은 혼밥 처지라 그분에게 같이 점심을 먹자고 제안했다.
점심 메뉴가 나오는 동안,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상무님은 보통 혼자 점심 드세요?"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답을 했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점점 혼자 먹게 되었다고. 사장님이 점심 시간에도 긴급 호출하는 일이 잦아서, 글로벌 팀과 컨퍼런스 콜을 해야되서, 당장 제출해야 할 보고 자료를 만들어야 되서 등등 이유는 다양했다. 그래서 점심을 건너뛰거나, 샌드위치나 김밥을 사와서 바카라상에서 10분만에 먹는다고 했다.
가끔은 점심 시간에 여유가 생겨 부서원들에게 같이 밥먹으러 가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점심 약속이 있거나, 딱히 내키지 않는 눈치였단다. 그들이 자신을 안 좋아해서 그랬다기 보다는, 원래 점심을 혼자 먹는다는 이미지가 박혀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상무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슷한 하소연을 했던 리더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런치 미팅, 고객 접대, 점심 회식과 같은 이벤트가 없다면, 대부분의 리더들은 외로운 점심 시간을 보내곤 했다. 때론 사람들과 같이 먹고 싶어도, 같이 먹으러 가자고 편하게 말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사실 요즘 온라인 게임인들에게는, 혼밥이 대세다.
특히 MZ 온라인 게임인들은 다양한 이유로 혼밥을 선호한다. 운동을 하기 위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낮잠을 자기 위해 등등.
반면 리더의 혼밥은 다르다. 똑같이 점심을 혼자 먹더라도, 그것이 자발적 선택인지 아닌지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진다. 혼자 먹고 싶어서 혼자 먹는 것과, 같이 먹고 싶지만 함께할 사람이 없어 혼자 먹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리더의 고립과 외로움은 비단 식사 시간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다.
상사에게 받는 압박을 구성원들에게 그대로 털어놓을 수도 없고, 조직 개편이나 인사처럼 민감한 이야기는 절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직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편하게 대화를 할 사람들이 줄어든다. 예전에는 별거 아닌 농담을 하며 같이 낄낄대는 동료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자신의 말 한마디에 심각하게 반응하는 구성원들이 더 많다. 즉, 바카라임져야 할 사람은 늘어나고, 정작 자신이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사람 숫자는 점점 적어진다. 어쩌면 이것이 리더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행복의 조건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돈, 성공, 명예, 감사, 즐거움 등 여러가지가 행복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모든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것은 바로 '관계'였다.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힘들 때 기댈 사람이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삶의 질과 행복에 중요하다고 했다.
직급이 올라간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까지 없어는 것은 아니다. 리더의 외로움은 주번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리더’라는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드는 데서 오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리더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수많은 역할을 맡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역할 사이에서 늘 갈등하고 정체성을 고민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맡은 역할을 떠나, 누군가와 순수하게 교류하며 살아가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있는 그대로의 나로 머물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는 더 소중하다. 군중 속의 외로움 대신, 진정한 나를 이해해주는 한 사람 덕분에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당신에게는 지금, 그런 사람이 있는지 질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