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착한 척' 버리고 독하게 성장하겠다는 브랜드

톤28이 '2.0 언팩'으로 던진 출사표

by조인후

최근 뷰티 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건을 하나 꼽자면, 단연 친환경 뷰티 브랜드 톤28(TOUN28)이 선보인 'TOUN28 2.0 UNPACK' 행사일 것이다. 그동안 고체 샴푸바, 종이 패키징, 무농약 자체 농장 등을 앞세워 '착하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로 입지를 다져왔던 톤28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전까지의 톤28은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수호하며 다소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편이었다. 착한 가치와 진정성은 충분했지만, 치열한 고기능성 스킨케어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카테고리적 한계가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10주년 계기 행사는 이러한 이미지를 한순간에 깨뜨린, 브랜드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적극적인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image.png'TOUN28 2.0 UNPACK' 행사


시장 트렌드와 전략 설정의 배경: 왜 지금, 이러한 선택이었을까?


톤28이 이러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최근 뷰티 업계를 관통하는 명확한 트렌드 변화와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클린 뷰티(Clean Beauty)'의 평판화와 효능 중심(Self-Clinical)으로의 피봇

과거 친환경과 클린 뷰티는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차별화 요소였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과 로드숍 브랜드까지 ESG와 친환경 패키징을 기본 스펙으로 도입하면서 '착한 가치'만으로는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하거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순하고 착한 성분'을 넘어 '임상적으로 검증된 확실한 효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톤28 입장에서는 기존의 친환경 자산 위에 확실한 고기능성 성분(GHK-Cu)을 얹는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었다.


홈케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급부상과 카테고리 경계 파괴

최근 스킨케어 시장은 고가의 RF(고주파)·초음파 뷰티 디바이스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소비자의 주름·탄력 케어 예산이 화장품에서 전자 기기 쪽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화장품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스킨케어 화장품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디바이스를 대체할 만큼 강력한 자생력 효능"을 입증해야만 했다.


추가 투자 유치와 경영진의 결단이 가져온 리더십 전환

몇 개월 전 이뤄진 대대적인 추가 투자 유치는 이러한 전략 변화의 강력한 촉매가 되었다. 투자금 확보는 단순히 자금의 유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케일업(Scale-up)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와 성장 압박이 동반된다. 경영진 역시 기존의 수동적이고 안정 지향적인 태도로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하고, 시장 변화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판을 짜고 주도하겠다는 독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테크 업계의 언팩(UNPACK)을 도입한 대담한 프레임 재정의


톤28은 일반적인 뷰티 브랜드들이 택하는 팝업스토어나 감성적인 뷰티 클래스 대신 IT·테크 기업의 전유물이었던 '언팩' 포맷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 포맷의 변경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완전히 재정의하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이번 언팩을 통해 공개된 신제품 '더 퍼스트 블루 펩타이드' 라인은 동종 화장품 브랜드를 경쟁 상대로 두지 않았다. 경영진은 "경쟁 상대는 수십~수백만 원대의 홈케어 뷰티 디바이스"라고 명확히 선언하며, 바르는 안티에이징이 아닌 피부 본연의 재생 메커니즘을 깨우는 고기능성 영역으로 시장의 링을 완전히 옮겨 놓았다.


인체 내재 고가 성분인 구리 트리펩타이드-1(GHK-Cu)과 자체 '해남 404 농장'에서 4년간 직접 무농약 재배한 병풀 추출물, 그리고 10년간 모은 3만 건의 피부 진단 데이터를 결합한 'Super Natural(자연+과학)' 포뮬러는 이러한 대담한 주장에 강력한 논리적 근거를 제공했다.


image.pngⓒ톤28


벤치마킹의 시선: 톤28에서 진짜 학습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톤28의 대담한 행보가 주목받으면서 수많은 신생 뷰티 브랜드들이 이들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유의 식물성 그래픽, 투명 용기 디자인, 절제된 폰트 연출 등 Visual Identity에 매료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껍데기만 복제해서는 브랜드 고유의 자산이 쌓이지 않는다.


톤28이 거둔 성과와 투자 유치는 단지 세련된 디자인이나 특정 스킨케어 상세페이지 하나로 완성된 것이 아니다. 핵심은 "어떠한 신제품을 내놓더라도 변치 않고 지속적으로 피력하는 브랜드 고유의 원칙"에 있다.


새로운 품목을 기획할 때마다 모호한 지향점을 쫓거나 다른 브랜드를 시늉 내는 데 그치면, 연출 기획과 브랜딩의 기틀을 매번 제로베이스에서 새로 잡아야 한다. 반면 톤28처럼 흔들리지 않는 명확한 철학적 일관성을 세워둔다면, 시장과 라인업이 확대되더라도 고유의 언어를 유연하게 이어나갈 수 있다.


결국 경쟁사들이 톤28에서 학습해야 할 요소는 시각적 요소나 원료 그 자체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브랜드 가치를 축적해 나가는 단단한 '일관된 기준'이다.


image.pngⓒ톤28


과거 유사 사례로 본 브랜드 리포지셔닝 성공 전략


이처럼 브랜드가 기존에 가졌던 한계적 이미지(착함, 순함, 감성)를 깨고 고기능성·과학적 신뢰 브랜드로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감행해 성공한 유사 사례들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디 오디너리 (The Ordinary): 감성 뷰티에서 '성분 투명성·더마 과학'으로의 전환

초기 뷰티 시장이 화려한 패키징과 감성 마케팅에 의존할 때, 디 오디너리는 용기 디자인이나 감성 문구를 배제하고 '나이아신아마이드 10%', '히알루론산 2%' 등 과학적 성분명과 함량을 그대로 제품명에 표기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감성 브랜드에서 성분 기반의 고기능성 더마 브랜드로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꾼 대표적 사례다.


유리아쥬 / 라로슈포제 등 전통 온천수 브랜드: '진정'에서 '피부 장벽 재생 과학'으로의 확장

과거 순한 민감성 피부용 온천수 미스트 이미지에 머물렀던 유럽 더마 브랜드들은, 피부 장벽 및 바이옴(Microbiome) 연구 데이터를 앞세워 시카(Cica) 및 리페어 라인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며 고기능성 안티에이징 브랜드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It’s a La Roche-Posay family affair!All of our favorite products to cleanse, treat, moisturize, .jpg라로슈포제


숫자를 넘어선 본질: 주도적 '공수전환'이 갖는 비즈니스적 의의


이 이벤트의 진짜 가치는 단기적인 현장 판매량이나 완판이라는 자극적인 마케팅 문구에 있지 않다. 수량 조절이나 프로모션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변동할 수 있는 단기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톤28이라는 브랜드가 취한 전략적 스탠스의 근본적 변화다.


그동안 '착한 가치' 뒤에 숨어 시장 흐름에 수동적으로 대응해 오던 방어적 태도를 버리고, 브랜드가 직접 링을 정의하며 공격적인 '공수전환'을 감행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경쟁 상대를 화장품이 아닌 고가의 뷰티 디바이스로 지정하고, IT 언팩 형식을 빌려 기술력을 정면 입증하려 한 시도는 경영진이 명확한 확신과 독한 결단력을 가졌기에 가능했던 행보다.


자신의 무대를 스스로 정의하고 시장의 판도를 끌고 가려는 이 대담한 리더십의 변화는, 단순한 라인 확장을 넘어 '톤28 2.0'이 고기능성 스킨케어 시장에서 독자적인 주도권을 쥐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