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치사하게

by준혜이

"7번, 7번을 막아! 막으라고" 남편의 절규에 축구장 사이드라인에 모여 선 어른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공휴일인 월요일, 동네 축구팀 아이들이 토너먼트에 참가했다.


남편은 5년 전부터 봄과 가을마다 동네 유소년 축구팀 코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 동네에 새로 이사 들어와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온 가족이 사교적으로 무능하게 고립된 상태에서 남편이 잘 알고, 좋아하는 축구 말고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 기회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린 이 동네에 애들 축구로 정착했다.


7번 선수가 유독 뛰어난 이 팀을 이기면 우리는 결승전에 진출한다. 예선전에서 이미 6대 1로 진 적 있는 우리 팀 애들은 이 팀과 다시 맞붙게 된 상황을 달갑지 않아 했다. 아이들은 눈이 부신 듯 인상을 쓰고 팔다리를 흐느적거리면서 몸을 풀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남편이 말했다. "지난 경기 녹화한 거 새벽에 내가 다 봤어. 7번만 잘 막으면 우리 이길 수 있어." 그 얘길 듣고 차라리 걔가 우리 팀이었다면, 하고 나는 바랐다.


경기 내내 남편과 우리 팀 보호자들은 7번이 어디 있는지를 애들한테 말로 손가락질로 알려주었다. 참다못한 상대편 코치가 7번을 다른 등번호 선수와 교체했다. 하지만 7번이 금세 다시 투입되어 축구장에 들어섰을 때 남편이 외쳤다. “7번이 돌아왔다!” 그 소리에 사이드라인은 술렁였다. 빨간 캠핑 의자에 앉아 던킨 커피를 마시던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에 7번이 내 아들이었다면 나는 어떤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았을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남편이 코치로서 목청껏 치사하게 우리 팀 애들한테 승리를 안겨주고 싶어 한다는 건 잘 알았다.


우리 팀이 한 골을 먼저 넣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상대팀은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수비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에 손을 댔다. 그 순간 심판 호루라기 소리가 축구장을 길게 가로질렀다. 7번이 찬 페널티킥으로 실점한 우리는 1 대 1로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전을 위해 아이들을 독려하는 남편 목소리 사이로 아들이 옆에 앉은 친구에게 “우리 아빠 집에서는 착해.”라고 말했다.


이러다 연장전까지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후반전이었다. 하지만 우리 수비수가 놓친 상대편 2번 선수가 왼쪽 구석에서 골을 넣었다. 아이들의 환호성과 울음 속에 심판은 호루라기를 불어 경기를 종료했다. 가만히 선 채로 아이들을 향해 손뼉을 치면서 나는 '졌잘싸'를 영어로 어떻게 옮기면 좋을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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