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고,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터질 듯한 욕망을 따라
그해 여름. 무리인 줄 알면서도 르네상스의 나라 이탈리아로 떠났던 것은 답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나와 가족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을 디자인해 보겠노라고 야심 차게 길을 나선지도 1년 반이 넘어가던 그 여름, 벌써 한참을 꼼짝도 못 하고 주저앉아 나를 넘어뜨린 돌부리만 노려보고 있었다. 또 너구나. 후~
‘왠지 멋있어 보여서’가 절반은 넘었던 작가의 꿈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 길로 들어서고 보니 뜻하지 않는 복병이 숨어 있었다. ‘지어내기’라고 생각했던 ‘쓰기’가 실은 ‘드러내기’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순간부터 생각이 복잡해졌다.
‘꽁꽁 숨기고 살아도 아픈 상처를 굳이 드러내 보일 필요가 있을까? 쓰기가 놀라운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를 보듬어줄 준비가 된 검증된 독자를 대상으로 할 때의 이야기가 아닐까? 지난 1년 반의 노력으로 이젠 그럭저럭 살아낼 정도는 되었잖아. 여기서 더 욕심내다간 가까스로 아물어가는 상처가 덧날 수도 있어. 아니, 단지 나만 더 힘들어지는 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어. 끝을 보겠다는 내 욕심 때문에 나와 상처를 공유하는 사람들까지 다치게 하는 건 정말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니?’
이게 다였다면 굳이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난감하게도 이런 생각들이 커져가는 만큼 바로 그 ‘끝’을 보고 싶은 욕망 또한 거세어져 갔다.
‘이제야 좀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제야 왜 내가 여기까지 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되었는데,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내가 찾던 바로 그것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관두겠다고? 네가 그렇게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굳이 여기까지 와 있는 이유가 뭐니? 치른 것보다 누린 게 더 많았기 때문 아니니? 이제는 알잖아? 여기까지 오면서 네가 치른 그 고통이야말로 네 상처를 치유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약물이었다는 걸. 이런 시험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걸 모르지 않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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