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제작기 - UX 라이팅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정성껏 만들어둔 가이드 문서가 노션 어딘가에 잘 정리되어 있는데, 막상 돌아보니 아무도 찾아보지 않는… 그런 경험이요.
저희 팀에도 UX 라이팅 가이드 문서와 전용 GPTs가 있었어요. 꽤 공들여 만들었고 정리도 잘 됐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노션 트래픽 애널리틱스로 실제 조회수를 확인한 순간, 조금 머쓱해졌어요. 거의 아무도 안 들어오고 있었거든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제품마다 용어가 제각각이고, 오류는 배포가 끝난 뒤에야 발견됐어요. UX 라이팅은 디자이너 업무에서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정작 기준은 '있지만 안 쓰이는' 상태였던 거죠.
문제는 기준 자체가 없는 게 아니었어요. 일하면서 바로 꺼내 쓸 수 없었던 거예요. 기준이 문서 안에만 있으면 결국 안 쓰이니까요. 저희 팀은 AI를 실무 곳곳에 쓰고 있어서, 기준 자체를 AI 도구로 만들어 워크플로우 안에 심기로 했어요. 팀스파르타 브랜드에 맞게, 실제로 동작하는 UX 라이팅 도구를요. 디자이너들이 '수택이'라고 부르는 친구예요. (네, 이름이 좀 귀엽죠...?)
수택이를 설계하면서 가장 먼저 못 박은 원칙이 있어요. AI는 절대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 이유 없이 결과만 던지지 않고, 원본을 허락 없이 건드리지도 않아요.
결과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내가 작업한 화면을 AI가 마음대로 바꿔버리면 신뢰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수택이는 결과만 던지지 않아요. "이렇게 바꾸세요"가 아니라, 왜 그렇게 제안하는지 이유를 항상 함께 보여줘요. 검수 결과도, 카피 제안도 디자이너가 확인하고 승인해야 비로소 반영돼요. 카피를 새로 만들 때도 원본 프레임은 그대로 두고 복제본에 반영하고요. 그 결과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온전히 디자이너의 판단이에요.
수택이는 크게 세 가지 기능으로 일해요.
- 검수: Figma URL만 넣으면 텍스트 노드를 읽어서 가이드 준수 여부와 맞춤법을 확인하고, 결과를 Figma 코멘트로 달아줘요. 전체를 한 번에 돌릴 수도 있고, 용어나 맞춤법만 따로 뽑을 수도 있어요.
- 카피 제안: 제품과 지면을 고르면 화면 구조를 스스로 파악해서 맥락에 맞는 문구를 제안해 줘요.
- 와이어프레임 채우기: 기획 단계에서 더미 텍스트 대신 바로 카피를 넣어줘요. 칸 채우는 시간이 확 줄었어요.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쓸 수 있도록 기능을 나눠뒀어요. 작업하다 보면 전체 검수가 아니라 용어만 빠르게 확인하고 싶은 순간이 있거든요.
수택이를 만들면서 제일 많이 부딪힌 문제는 AI가 멀쩡한 표현을 틀렸다고 잡아내는 일이었어요.
탭 메뉴명 '공지/문의'를 '공지 및 문의'로 고치라거나, 작은 태그 안의 '도전 중'을 '퀴즈 도전 중'으로 늘리라는 식이었어요. 일반 문장이라면 맞는 교정이지만, AI가 화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컴포넌트의 특성도 모른 채 규칙만 들이댄 적합하지 않은 결과였죠.
첫 번째 해결은 수택이가 참고하는 규칙을 다시 정리하는 거였어요. 기존엔 브랜드 용어와 라이팅 가이드가 전부였는데, 여기에 컴포넌트 원칙을 새로 만들었어요. 버튼은 짧게, 토스트는 결과 중심으로 — 디자인 시스템의 각 컴포넌트 특성에 맞는 라이팅 기준을 따로 정의한 거예요. 규칙을 쓸 때도 길게 서술하는 것보다 Do / Don't로 나누고 As-is → To-be 예시를 붙이니 AI가 훨씬 정확하게 따라왔어요. 규칙이 충돌하지 않도록 적용 우선순위도 명시했고요.
두 번째는 Figma MCP로 화면 구조를 직접 읽게 한 거예요. 처음엔 디자이너가 "이건 결제 완료 화면이고, 여기는 버튼 컴포넌트야"라고 일일이 설명해줘야 했어요. Figma MCP를 연결하고 나서는 달라졌어요. 레이어 명을 읽어서 어떤 컴포넌트인지 스스로 파악하고, 화면 구조를 보고 맥락도 직접 읽어내요. 컴포넌트 원칙을 더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된 건 물론이고요.
솔직히 고백하면, 처음 팀원들에게 수택이를 소개했을 때 반응이 그렇게 뜨겁진 않았어요. 좋은 도구를 만드는 것과 사람들이 실제로 쓰게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더라고요. (이전 가이드 문서가 딱 그랬던 것처럼요...)
그래서 '수택이 백일장'을 열었어요. 실제 팀원들이 작업 중인 화면을 문제로 출제하고, 수택이의 도움을 받아 카피를 다듬어보는 자리였죠. 직접 써보니 '어, 이거 생각보다 쓸 만한데?' 하는 반응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어요.
수택이를 만들며 배운 걸 한 줄로 요약하면 이래요.
AI에게 '잘 해줘'라고 하는 것과, AI가 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AI가 엉뚱한 결과를 낼 때마다 답답했지만, 돌이켜보면 대부분은 저희가 충분한 맥락을 주지 않아서였어요. 규칙을 쪼개고, 예시를 붙이고, 화면을 직접 읽게 하는 것. 결국 스킬의 품질은 AI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주는 환경에서 나오더라고요.
수택이는 지금도 진화 중이에요.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디자이너분들께도 이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오늘도 스파르타 디자이너들의 실험은 계속됩니다⭐
by 고우정, 장여주, 프로덕트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