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죽여야 사는 남자

by조병규


떨어진 낙엽은 쓸고 나면 또 그만큼이 금방 쌓였다. 쓸면 뭐하나 자괴감이 들지만 이마저도 안하면 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져 쓸어 담아야할 처지이니 안할 수도 없다. 동대표 그년은 내가 그냥 미운 게 분명하다. 아니면, 어떻게 볼 때마다 이렇게 사람을 못살게 굴 수가 있을까. 천성이 못돼먹은 그년은 여름 내내 길고양이로 그렇게 괴롭히더니 지금은 낙엽으로 들들 볶았다. 이렇게 지내다가는 내 얼굴이 낙엽처럼 누렇게 뜰 지경이었다.

방금 쓸고 수위실에 앉아 쉬고 있는데, 동대표 그년이 나타났다.


“대표님(그년은 곧 죽어도 대표라는 호칭을 붙이라 했다), 저 방금 낙엽 쓸고 와서 잠깐 쉬고 있는 거예요”

“아니, 아저씨도 참 이상하다. 제가 뭐라고 그랬어요? 왜 절 이상한 여자로 만들어요?”

“아니... 그냥, 저기 열심히 치우고 있다고 보고하는 거예요(에라이 이 나쁜 년아)”

“그건 그렇구. 아저씨 얘기 들으셨죠? 이번 동대표 회의 때 나온 얘기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그 얘기로 경비들이 한참 어수선하던 참이었다.


“경비원 인원 감축하기로 했어요. 아마도 여섯 분 정도 그만두셔야 될 텐데, 어쨌든 아저씨들에게 미안하게 됐네요. 아직 어느 분이 그만두는지 결정된 건 없는 거 같은데... 그래서 말인데요”

동대표가 잠시 말을 끊더니 두리번거렸다.

“아저씨가 그 놈들을 좀 정리하면 어때요?”

“네? 그놈들이라뇨?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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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에서 #투닷건축사사무소 를 운영합니다추상의 공간 보다는 사람, 사건, 기억이 담보되는 장소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못하는 스케치 대신 시와 글로 장소를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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