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기도 전, 코끝을 먼저 마중 나오는 냄새가 있었다. 지글지글 석쇠 위에서 껍질이 바삭하게 익어가는 고등어구이의 고소한 내음. 그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지는 날이면, 밖에서 묻혀온 고단한 하루의 먼지들이 단숨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부엌으로 들어서면 엄마는 늘 뽀얀 김이 서린 냄비 앞에 서 있었다. 내가 유독 좋아하던 버섯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몽글몽글 피어오른 버섯들을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번지는 담백한 흙 내음. 그것은 꼭 엄마의 넓은 품 같기도 했고,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주는 다정한 위로 같기도 했다.
엄마는 갓 구운 고등어의 가장 통통한 살점을 발라 내 밥 위에 툭 올려주곤 하셨다. "많이 먹어라."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투박한 손마디 끝에 밴 비릿한 생선 냄새와 버섯의 향기는 세상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정직한 사랑의 언어였다.
그 시절 엄마의 부엌은 가족을 향한 찬란한 헌신이 피어오르는 성소(聖所)였다. 하지만 내가 엄마가 되고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 있다. 고기반찬을 아이들 앞접시에 밀어주며 자신은 왜 눅눅해진 김치 줄기만 씹고 있었는지. 매캐한 연기 속에서 홀로 서성여야 했던 그 시간들이 한 여자로서 얼마나 고단했을지 말이다.
엄마는 매일 아침 뜨거운 불 앞에서 고등어를 굽고 국을 끓이며 자신의 소망을 증명해내고 있었다. 자식이 기죽지 않고, 잘 먹고, 단단하게 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길 바라는 그 마음.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자식의 입으로 들어가는 따뜻한 밥 한 끼에 깃든 안녕이 엄마에게는 삶의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뒤, 홀로 식탁에 앉아 엄마가 해주던 그 맛을 흉내 내 본다. 여전히 엄마의 손맛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입안에 머무는 버섯의 향기 속에서 나는 다시금 나를 세울 힘을 얻는다.
나의 눈물은 겉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커피 속에, 혹은 뜨거운 국물 속에 녹아 있는 것임을 이제는 안다. 마음에서
울고 있는 나를 달래주는 건, 결국 나를 먹여 키운 엄마의 그 다정한 부엌이었다.
거울 속의 나에게, 그리고 내 기억 속 엄마에게 인사를 건넨다.
"엄마, 오늘 고등어가 참 맛있게 구워졌어. 엄마 덕분에 나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아."
닮은 꼴의 손등 위로, 오늘도 엄마의 낡은 앞치마에 깃든 바다와 흙의 향기가 따스하게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