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쉼터, 나의 흠

#20230326

by빈칸센

1년이 지났다. 서울의 삶을 시작한지.


그동안 살고 있는 지금의 집에 대해 수없이 쓰려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써야할지 몰랐고,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다시 상기시키고 싶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나의 불행을 보여주는게 싫었다. 대신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했다. 서울에서 잘 사는 모습 만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이 곳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음을 알리려 했다. 지방에서 볼 수 없는 장면들엔 언제나 부럽다거나 재밌게 산다는 사람들의 반응이 따라왔다. 내 현실은 적당히 행복했지만, 이때만큼은 뿌듯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가겠는가. 특별함이 일상이 되면 그 빛은 금새 사라지고 만다. 더 이상 꾸며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솔직하게 말해보려 한다. 지금 살고 있는 5평 남짓한 이 공간은 나의 쉼터이자 나의 흠이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적나라한 현실이다. 무겁게 내려앉은, 집에 대한 감정들을 적으면서 나의 가면같은 껍데기도 벗겨질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정말 대바카라없는 사람이다. 아니 사고 방식이 단순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게 정확하다. 서울에 취업하기만 하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거라는 막연한 꿈 속에 살았다. 언제나 고난이 있던 삶이지만 그래도 내 인생은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왔고 앞으로도 그럴테니까 라는 동화 속에 살고 있었다. 꿈에 그리던 서울 취업 합격 소식 후 일주일의 시간 동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터전을 구해야만 했다. 이 드넓은 서울 땅에 머릿 속은 신림 뿐이었다. 신림으로 말할 것같으면, 우선 내 친구 2명이 살고 있는, 저렴하다고 소문난 동네로 모든 초년생들의 시작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2호선이니까 출퇴근할 때 갈아탈 일도 없고 도림천이 있어 언제든 산바카라할 수 있는 완벽한 동네를 생각하며 다짐했다. “그래, 신림에서 시작하자”


서울살이는 어렵지 않다. 돈만 있다면. 하지만 철없이 살아온 내 삶에 모아둔 돈이란 게 있을 리가 만무했고, 부모님은 내게 전세금 5000만원을 제안하셨다.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아마 그 돈을 계산하기 까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을테지. 그걸 알면서도 나는 그 제안을 쉽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돈이면, 괜찮은 집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아무도 찾지 못한 완벽한 매물이 분명 있을걸?“ 실제로 내가 했던 생각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당연히 그런 집은 없다. 아니, 나처럼 안일하게 사는 사람에게 그런 행운은 주어지면 안 된다.


공인중개사들은 그저 그런 원룸을 온갖 미사여구들로 ’괜찮은 집’으로 둔갑시켰다. 이 정도 컨디션이면 어쩌구 저쩌구.. 죄송한 이야기지만, 다들 장사치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쉴새없이 쏟아내는 정보들에 호구처럼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중개사 눈에 난 어떻게 보였을까? 뜯어먹기 좋은 사람? 고군분투하는 슬롯 초년생?


그날 4개의 부동산에서 12개 정도의 매물을 봤다. 분명 괜찮은 집도 있어서 그 다음날 바로 계약하려했다. 솔직히 힘들었다. 뭔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전문가들을 상대하며 발악하는 것도 너무 지치는 일이었다. 그저 빨리 집을 구하고 싶은 생각 뿐. .. 신림에 살고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은 너무 비싸다, 그래도 월세보다는 전세가 편하다 등등..


내가 철없는 결정을 하려할 때, 누나들은 전세사기와 관련된 온갖 뉴스들을 보내주었다. 세상이 이렇게 무섭다고, 당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하는 영상들을 보면서도 애써 외면했다. 그래도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주문을 외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