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선의가 지옥으로 가는 길을 열다

사법 만능주의가 무너뜨린 생명의 최전선

by이지애 마리아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현장의 숨결을 전하는 '의료의 비극'입니다.


만약 한 판사가 재판에서 피의자에 대해 유죄를 판결했다고 하자. 그런데 나중에 보니 법리를 잘못 적용했거나 수사가 미진해 무죄임이 밝혀졌다. 이 경우 이 판사에 대해 민형사상 바카라임을 물을 수 있을까. 상식으로 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판사 또한 자신이 가진 지식과 양심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의료 현장에선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국민 생명과 밀접한 필수 의료는 회생 불능의 지경으로 망가져 가는 중이다.


밤새 불이 켜져 있어야 할 대형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이 문을 닫고, 소아과 진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오픈런’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종양내과, 혈액학, 신생아중환자의학 등은 뒤를 이를 의사들이 아예 없다. 수련을 마친 전문의들마저 “더는 버틸 수 없다”며 대학병원을 탈출하거나 해외로 떠나고 있다.


이 국가적 재앙을 두고 정부는 의사 수 부족 탓을 하고, 일각에선 의사들의 이기주의를 탓한다. 하지만 생명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손에서 메스를 빼앗고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주범은 따로 있다. 바로 사법부의 경직되고 가혹한 ‘결과론적 판결’이다.



1. 신이 아닌 인간에게 '완벽한 결과'를 묻는 잣대

의료 행위는 재판처럼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 위험을 내포한다. 특히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제한된 시간과 극도로 부족한 정보 속에서 의사가 순간적인 판단으로 생사를 가름하는 극한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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