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운동장 한 바퀴라니! 이건 무리다!’ 만약 못하면 오늘만큼은 승부욕에 열을 올린 엄마들의 시선을 감당하기가 힘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나의 화려했던 시절로 돌아가야만 했다.
장애물이 있는 경기였다. 앞 구르기 1번, 줄넘기 5번, 훌라후프 돌리기 5번이 중간중간 미션으로 있었다. 마음만은 자신 있었다.
달리기가 여전히 문제였지만 6학년이 된 나는 온 힘을 다하여 뛰었다.
앞 구르기를 했는데 예상처럼 가볍지는 않았다. 줄넘기를 다섯 번 무사히 하고, 6학년 응원석 앞을 지날 때였다. “어~ 재웅이 이모다!” “재웅이 이모 파이팅!” 어디선가 “재웅이 엄마 파이팅!” ~~.
내 바카라임의 육중함이 무겁게 다리를 잡았다.
나의 필살기! 훌라후프를 돌리고 다음 주자를 향해 전력으로 뛰는데 몸은 뒤로 가는 듯 안타까웠다.
내가 더 빨리! 꼴등을 면해야겠다는 정신력으로 뛰고 있었다. 모두가 자녀들 앞에서는 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리라.
아쉽게도,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게도 6명 중에 3등을 했다.
수고했다는 다른 자모들의 격려는 정겨움을 더해 주었다.
임원 자모들이 준비한 김밥과 맛있는 입담으로 점심시간은 더욱 즐거웠다.
점심을 마친 후 부설인들 모두가 함께 손을 잡았다. ‘모두가 천사라면’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 때는 한마음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동시에 신나는 오후 경기의 막이 올랐다.
하이라이트는 ‘마라톤 경기’이다.
재웅이는 체육대회가 있기 며칠 전부터 마라톤에서 1등을 꼭 하겠노라고 호언장담을 했고, 집을 나설 때는 1등의 기쁨을 부모님께 드리겠다고까지 했다.
그런 아들이 참여한 ‘부설 단축 마라톤경기’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오후의 시간은 긴장과 흥분으로 변해갔다.
학교운동장이 아닌 곳을 경로로 정해졌고 끝나는 지점은 모두가 지켜보는 운동장이었다.
아이들의 모습이 나타나기를 숨죽여 기다리는데 재웅이의 모습이 보였다.
약속대로 마라톤에서 1등으로 들어왔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을 아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내 아들에게서 큰 믿음을 보았기에!!
올해에는 아들이 속한 백군이 이겼다.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우승기를 받고 서 있는 아들의 뿌듯한 뒷모습은 나의 머릿속에 잊지 못할 감동으로 각인되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 한 운동회는 너무 소중한 의미를 주었다.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소환해 준 것 같았다. 서로 협동하는 법, 배려하는 마음, 박수 보낼 수 있는 여유를 배우게 했고 운동회를 통해 꿈을 꾸는 법, 목표를 세워 노력하는 법, 힘들어도 서로에게 기쁨을 주려는 사랑이 느껴지는 훌륭한 교육의 현장이었음을 고백한다.
“부설인 들이여 그 붉고 푸른 마음 영원하라!!! ”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운동장에 걸렸던 그 아이들의 꿈은 어찌 되었을까? 를 생각하며 먼 하늘에 시선이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