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을 스치는 그녀의 샴푸 향기. 얇은 여름 셔츠 너머로 전해지는 그녀의 가파른 심장 박동.
그리고 나의 어깨를 감싸 쥔 가느다란 손가락의 떨림까지.
나의 시선이 갈 곳을 잃고 허공을 헤맨다. 시간이 정지된듯한.. 침묵이 흐른다.
"저기, 미경아."
"......"
하지만 미경은 대답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 가슴에 닿은 그녀의 귀가 발갛게 달아오른 것이 보인다.
그녀도 눈치챈 것이다.... 보다 더 크게 뛰고 있는 나의 심장 소리를.
"...... 준호야."
미경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나는 엉거주춤하게 들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려, 그녀의 어깨 위에 아주 살짝 얹으며
"응. 아직 있네. 엄청 큰 놈이."
"뭐가.."
"바퀴벌레."
나의 거짓말에 미경은 고개를 더 깊숙이 묻는다.
좁은 방 안에는 우리 둘의 서툰 호흡 소리만이 가득하다.
잠시 후, 내가 툭 던지듯 말한다.
"이거, 바퀴벌레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나."
미경이 움찔하며 고개를 살짝 들다가 나랑 시선이 마주친다.
내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귀 끝만큼은 뜨겁게 달아오른 느낌이다...
미경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샴푸 향기가 다시 한번 콧등을 간지럽힌다.
미경의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
아마 미경이도 마찬가지일 듯..
미경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며 나의 무표정한 얼굴 구석구석을 살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시선을 정면으로 맞추지 못한 채,
잠시 거리가 띄어지는 게 싫어
조금은 억울한 느낌에 툭 내뱉는다.
"아앗 바퀴벌레" 하며 놀라켜 본다.
화들짝 놀라다가 거짓말인걸 알아채는 미경..
미경의 입술 끝에 아주 작은 미소가 번진다.
그녀는 나의 어깨를 꽉 쥐고 있던 손가락의 힘을 슬며시 풀더니, 대신 내 셔츠 깃을 살짝 움켜잡는다.
"거짓말."
한 박자 늦은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 나의 눈꺼풀이 크게 한 번 깜빡인다.
숨길 수 없는 정적이 우리 사이를 메우고,
열어둔 창문 너머로 멀리서 들려오는 굵은 빗소리가 마치 다른 세상의 일처럼 아스라하게 들려온다.
나는 큼큼, 목을 가다듬으며 비어있던 한쪽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이게 된다.
손끝이 붉게 달아오른 내 귀에 닿자 화들짝 놀라며 다시 손을 내리며 미경에게
"알았으면... 이제 좀 떨어지지?"
말과는 다르게 나의 팔은 미경의 어깨 위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미경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기울여 나의 가슴에 이마를 툭 기댄다.
면 셔츠의 서늘한 감촉과 그 너머로 전해지는 나의 정직한 심장 박동.
"조금만 더... 아직 어지러운걸..."
여름날의 밤, 낡은 선풍기가 회전하며 내는 규칙적인 소음만이
우리 둘의 서툰 계절을 응원하듯 방 안을 천천히 맴돈다.
왜 이렇게 목이 말라오는지.. 나는 큼큼, 억지로 마른침을 삼킨다.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미경이의 어깨는 생각보다 가냘파서, 조금만 힘을 주면 부서질 것만 같다.
"야, 미경아. 너... 다리 안 아프냐?... 좀 전에 현기증 괜찮니.."
말은 그렇게 내뱉으면서도 정작 내 팔은 미경이를 밀어낼 줄을 모른다.
오히려 셔츠 깃을 꽉 쥔 그녀의 작은 손가락 끝에 자꾸만 시선이 머문다.
미경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기울여 내 가슴팍에 이마를 툭 기댔다.
얇은 여름 셔츠 너머로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든다.
"거짓말쟁이."
미경이가 작게 또 중얼거린다. 이번에는 두 박 자정도 템포가 느리다.
자백을 하는 건가..
어지러워 보이진 않은데..
한 번 더 거짓말쟁이라 한다..
그 목소리가 가슴뼈를 타고 울려와 내 심장을 직접 두드리는 것 같다.
나는 괜히 민망해져서 허공을 아니 천정을 응시한다. 창 밖으로 빗소리가 유난히 시끄럽게 들려온다.
"알면 좀 떨어지시지. 나 지금... 엄청 덥거든."
사실은 땀인지 긴장인지 모를 무언가가 뒷목을 타고 흐르고 있다.
하지만 미경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내 셔츠를 쥔 손에 힘을 더 꽉 준다.
"조금만 더... 아직 좀... 어지러워... 아직 심장이 빨리 뛰어서."
그녀가 말하는 심장이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미친 듯이 박동하는 내 것인지 알 수 없다.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결국 포기하며
어깨 위에 얹었던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아주 살짝, 스치듯 건드린다.
낡은 선풍기가 '덜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린다.
미지근한 바람이 우리 사이를 지나가지만, 이 작은 우리 둘의 틈
이 정적은 조금도 식지 않는다.
이 바보 같은 침묵이 조금만 더 길어졌으면 좋겠다고, 나는 아주 잠깐 생각한다.
이태리 프로리그 세리에의 인터밀란 응원 주제가. 주로 떼창으로도 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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