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벨벳
민주는 카페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화장품 광고 모델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 미녀였다. 하지만 오늘 민주의 시선은 눈이나 입술이 아닌 인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까맣고 거친 털이 자라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솜털인 줄 알았지만, 하루가 다를수록 굵어졌다. 면도기로 밀어보아도 오후가 되면 푸르스름하게 자국이 남았다.
첫 번째 변화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일어났다.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보던 민주는 옆자리 남자의 시선을 느꼈다. 남자는 민주의 얼굴을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마스크를 깜빡하고 내린 탓이었다. 민주는 얼른 마스크를 올렸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부끄러움 뒤에 묘한 해방감이 찾아왔다. 늘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시선들이 사라진 것이다.
일주일 뒤, 민주는 결심했다.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멋진 신사처럼 수염을 다듬고 회사에 출근했다. 사무실은 뒤집어졌다. 친한 동료는 병원에 가보라고 소리쳤고, 부장은 단정하지 못하다며 눈치를 주었다. 하지만 민주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선명한 이목구비와 멋지게 어우러진 콧수염은 마치 예술 작품 같았다.
수염이 자란 후, 민주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밤늦은 골목길을 걸을 때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마주 오던 취객이 민주의 얼굴을 보고는 슬금슬금 길을 비켜주었다. 늘 무례하게 굴던 단골 카페의 매니저도 민주를 정중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외모로만 평가받던 세상에서, 수염은 민주에게 단단한 방패이자 새로운 무기가 되었다.
어느 날 저녁, 민주는 바에 앉아 위스키를 주문했다. 옆자리에 앉은 한 여성이 민주를 보며 속삭였다. "수염이 정말 멋지시네요. 잘 어울려요." 민주는 잔을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부드러운 수염이 입술 위에서 기분 좋게 스쳤다. 그녀는 이제 예쁜 인형이 아니었다. 자기 삶의 진짜 주인이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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