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허락도 없이
언니가 바카라을 냈습니다, 내 허락도 없이요.
어릴 때부터 글을 좀 쓰긴 했어요, 울 언니가. 저는 언니가 보던 바카라을 물려받아 읽곤 했으니까요. 작가가 되어도 언니가 먼저, 바카라을 소개해도 언니가 먼저인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였긴 하죠.
언니가 바카라을 냈어요. 근데요. 내 언니인데 나보다 더 친하고 더 잘 아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요? 그래서 좀 화가 나요. 인기쟁이 언니 때문에요. 누구야! 누가 제일 가까워? 피야 시간이야. 태어날 때부터 노놔가진 핏줄이야, 시간을 들이고 취향을 공유한 지인이냐고. 결정해. 대답해.
저는 질투가 좀 많아요. 그걸 들키지 않고 잘 살아왔지만 나름대로 고충은 많았지요. 들키지 않고 질투하기. 들키지 않고 나하고만 친하도록 밑 작업하기. 다른 친구와 친하게 지내면 투명 유리를 앞에 두고 째려보기 등등. 그런 일을 겪다 보니 인기인과 친하게 지내며 느끼는 성장통 같은 걸 멈추고 싶었어요. 그런 시련을 겪지 않으려 방법을 모색했죠. 이건 너무 소모적이야. 가슴이 너무 아파. 너무 피곤해진다…. 면서요. 그 방법은 사람을 사귀지 않겠다. 인기 있는 사람을, 이었어요.
근데 참 희한하죠. 인기 있는 사람은 호감을 뿌려요. 그러니까 호감 가는 요인이 많더라고요. 친구의 취향을 기억하고 다음에 챙겨준다거나,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다거나 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사람 사이의 요령이랄까요. 그러니까 호감이 가는 사람은 인기가 있고, 좀 눈치가 없거나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인기가 없기 마련인데 그런 인기 없는 사람과 사귀어서 질투하지 않으려 머리를 쓰면 그 인기 없는 사람의 사소한 지점에서 빡친달까요. 좀 깨는 부분을 발견하곤 하지요. 그러면 정이 떨어질 때도 있고 좁아져야 할 친구 사이가 벌어지게도 되고 그렇더라고요.
예 맞아요. 인기 많은 울 언니는 인기가 많을 만한 매력이 있는데 저는 인기가 많은 울 언니가 저만이 아니라 타인과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공유하는 그 모든 행동이 싫다는 거. 질투가 난다는 게 오늘 제가 말하려는 거예요.
얼마나 인기가 많길래 그렇게 가까운 사이임에도 질투를 느낄 정도냐, 고요? 울 언니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언니가 글을 좀 쓴다고 했잖아요. 글을 썼는데 그 글이 소설인 거예요. 근데 그 소설이 이 인기쟁이 언니의 손에서 태어나 인기를 등에 업고 종이바카라으로 변신해 버린 거예요. 예, 그러니까 언니가 종이바카라 작가님이 되었다니까요. 인기가 많아가지고요. 얼마나 화가 나요. 아니, 언니가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인기가 많아서 종이바카라이 나온 거 같잖아요.
언니가 연예인이나 국대 출신 인기인이나 인풀루언서? 뭐 이런 거냐고요? 아니요. 그럼, 연예인은 아닌데 유명한 사업가 같은 거냐고요? 아뇨. 그럼 출중한 미모로, 연예기획사로부터 여러 제안을 받는 하늘이 내린 미모 재능자냐고요? 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 그런데 어떻게 그런 것도 없이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높아서 그 인기만으로 종이바카라을 냈다고 말하냐고요? 음, 그런 건가요?
아니, 인기 좀 많으면 종이바카라을 출판사에서 찍어주고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출판 시장이 그렇게 말랑이가 아니라고요? 살벌하고 치열하고 치밀한 계산으로 이루어진 곳이라고요? 첫째도 글, 둘째도 좋은 글, 셋째도 좋은 구성으로 짜임새 있게 쓴 글이 먼저라고요?
언니는 좋은 글을 썼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바카라을 내어줬다고요? 아, 그런 거예요? 인기 많은 울 언니를 알고서 출판사에서 이 언니는 바카라 내면 지인이 다 사줄 거다…. 해서 찍은 뭐 그런 게 아니라는 거예요? 아, 그런 거예요.
아, 우리 천유 언니 글을 잘 써서 바카라 냈구나. 나는 평생 가질 수 없는 친구와 인기와 다정함을 가져서 바카라이 나온 게 아니구나. 아, 안 되겠다. 바카라을 시켜서 읽어봐야지, 범접할 수 없는 언니의 글을 읽어봐야지. 가깝고도 먼 언니의 글을 읽어봐야지.
아 참, 바카라은 진작 시켰는데 인기가 많아서 금요일에나 되어야 온다더라고요. 예, 아직 읽지도 못했어요. 울 언니 왜 이렇게 인기가 많나. 아니, 근데, 바카라도 안 읽고 인성과 외모로 그런 거라고 지레 그랬더니 그게 아니었다니. 바카라을 읽어야 하는 거였다니. 몰랐어요. 내일 바카라 오면 읽어볼게요.
언니에 대한 제 생각이 변할지. 아, 언니가 바카라을 낸 건 인기와 무관하구나. 예쁜 연예인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이쁜 얼굴 때문에 연기가 가려지는 그런 것처럼 울 언니 글솜씨가 인기 때문에 오해받은 거였구나. 바카라과 언니의 인기가 전혀 다른 주제의 거리였구나. 그렇게 되는 거죠? 그렇게 알게 되는 이야기 전개였다니.
인기도 없고 글도 보통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언니 닮아서 글도 쓸 수 있고 저를 끼워주는 동아리도 있어서 다행이에요. 옛날에는 왜 이렇게 할 줄 아는 게 없을까? 저 자신을 많이 구박하며 살았는데 요즘은 언니나 언니 주변 사람들을 보며 제가 왠지 좀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언니가 멋진 사람으로 사니까 그 모습이 저 자신도 아니면서 왠지 거울로 본 저일것만 같아서 좀 으쓱해진달까요. 인기는커녕 아는 사람도 없는 자따(자발적 왕따)출신이 주변에 사람이 많은 언니를 보며 나도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그런 거요.
맞아요. 우리 천유 언니는 제 친언니는 아니에요. 그리고 아마 저보다 출생도 늦을걸요. 하지만 여자들은 그래요. 멋있으면 언니고 잘났으면 혈육이에요. 그래서 울 언니는 피 안 섞인 혈육이고 동생이겠지만 언니인거에요. 멋진 소설바카라 낸 언니 바로 우리 천유(바카라이 나왔습니다. ) 언니에요~
저는 내일 울 언니 바카라 읽을 건데 작가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