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선배의 여자친구 (2)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번외 편 D-2

by이상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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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전화는 어딘가 불편한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어제 잘 들어갔어?“


“네, 덕분에 잘 먹었어요.“


“그래, 다행이다.


근데...“


“네, 말씀하세요.”


돈 많은 형이 돈 빌려달라고 뜸 들이는 줄 알았다.


알고 지낸 지 5년 정도 되었는데, 이렇게 뜸 들이는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못 생겨도 시원시원하고 거칠 것 없는 상남자가 왜 이러실까.


“어제 내 여친 어땠어?”


“예쁘고 착하고 싹싹하던데요.“


차마 좋은 사람 같다는 말까진 나오지 않았다.

형과 어울려 보인다는 말도.

거짓말 잘 하지도 못하고, 하면 티 나는 스타일.


“그래?”


“네”


“나 얘 하고 결혼해도 되겠지?”


허허, 그걸 왜 나한테 물으심.

자기가 데리고 살 거면서 ㅎㅎㅎ


그러면서도 선뜻


“예”

라고 답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어리고 예쁘고 착하고 싹싹한 데다,

온라인 게임까지 안정적인 곳에 다니는데 뭘 고민해요?

형 입장에선 봉 잡은 거 같은데.

무슨 빚이라도 있대요?“


라고 나와야 했는데, 선뜻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은 정작 못 하고,

되지도 않는 말로 뜸을 들이고 있는데,


오래 만난 사람끼리는 말 안 해도 통하는 게 있다더니,


“어, 나도 좋은데 고민이 좀 되어서.

결혼하는데 나한테 3천만 갚아 달라네.“


헉

이거였구나.

뭔가 이상한 느낌.

부자연스러운 조화.


엄청 애매하네. 3천.

3억이면 고민 없이 bye 인데.


근데, 대부업체에서 300 이야기하듯이,

여자애들 선수들도 3천 부른다던데.


오죽하면 3천만 땡겨줘

라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 아닌가.


참 이거.

밥 먹으러 괜히 나갔네.

이런 숙제를 같이 풀자고 던지다니 쩝


“고민이다 야”


고민이 되시겠지요.

예쁘고 어리고 다 좋은데,

빚이 있는데 형 입장에선 사실 3천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시원하게 갚아주고 아름답게 시작하던지,

아님 이게 첫 번째 요구고, 계속 요구 수위가 높아질 거니 여기서 접으셔야지요.


이미 생각은 빛의 속도로 scenario planning이 되며 case 별 대응 방안이 나왔지만,

대화에는 순서가 있는 법.


“어쩌다 그렇게 빚을 졌대요.

나이도 20대인데.“


“몰라, 자기 말로는 부모님이 아프셨다고 하는데,

들고 다니는 명품백이며 해외여행 다녀온 사진이나 그런 것 보면 아닌 것도 같고.


전에 스튜어디스 하는 여자애한테 한번 당해봐서 나도 조심스럽다 야. 얘는 착하고 예쁘고 다 좋은데 말야.“


‘원래 (몸매) 착하고 예쁘면 다 좋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 수컷들의 본능 아니겠소. 생존에 유리한 우성의 잘 생기고 예쁜 애들 낳아보겠다고 우리도 고생 많습니다.


근데, 그러다 잘못 엮이면 골로 간다는 걸 형님도 겪어봐서 아니까 고민하면서 남한테 물어보기까지 하는 것 아니겠음 둥~‘


(승무원 직업 비하하는 것 아닙니다. 착하고 좋으며 근검 절약하는 승무원 분들 많다는 것 압니다. 그냥 사치하는 분이 우연히 승무원이었다는 설정, 허구로 봐주세요. 보통 승무원 분들이 아름다우시지 않습니까.)


사귀는 거면 그냥 일단 만나보라고 얘기하겠지만,

결혼 적령기가 지난 당시 30대 중후반 선배에게 그렇게 말할 순 없었고, 보수적으로 말했다.


“만난 지 6개월 밖에 안 되었다면서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좀 더 지켜보면 어때요.

평생 같이 30년 혹은 그 이상 같이 살 건데, 6개월 더 만나보고 결정하면 안 되나요? “


“그렇긴 한데, 이 친구가 자긴 어렸을 때부터 빨리 결혼하는 게 꿈이었다고. 오빠 같은 남자 놓치기 싫어서 빨리 결혼하고 싶다네. 헤~“


으이그, 어리고 예쁜 친구에게 홀딱 빠져서 답정너 (답 정해놓은 너) 상태이면서 그럼 뭘 묻나.


“그렇게 좋으면 그냥 저질러요 그냥 ㅎ”


“아니, 그건 아니고”


나보고 어쩌라고.


“그래서 말인데, 너네 그룹사라며. 거기 계열사에 너 아는 사람 없어? 한번 알아봐 줘라.”


허이구, 내가 무슨 흥신소인가?

남의 뒷조사하게.


“결혼하면 섭섭하지 않게 선물 하나 제대로 할께.”


거기서 흔들렸다.

제길. 이 빌어먹을 자본주의.


실제로 이 형은 돈 많은 부잣집 아들답게 차를

자주 바꿨다.


한 번은 같이 골프 칠 때 내가 아반떼를 몰고 가니,


“야, 골프 치러 오면서 아반떼가 뭐냐 아반떼가

내 차 가져갈래?“


“뭔 소리예요. 형은 무슨 차 타려고요?

그리고 골프 내기하면 형이 맨날 지면서,

무슨 차 타령이에요. 골프만 잘하면 장땡이지.“


“그게 아니야 자식아.

무슨 차 타고 다니는지가 얼마나 중요한데.

안 그래도 차 바꿀 때 되어서 그런 거니까 내 차 괜찮으면 가져가.“


당시 형은 최신형 그랜져를 타고 다녔다.

그랜져는 나이 먹으니 뽀대가 덜 나서 제네시스로 가야겠다며 나에게 던진 말이었다.


이 놈의 물욕 (물건 욕심)은 없다가도,

광고를 계속 보거나, 이렇게 실물이 내 손에 잡힐 듯 하면 갑자기 무섭게 요동칠 때가 있다.


그날 이후로 길가에 그 그랜져만 보였다.


안돼, 안돼 하다가,

얼마에 넘길지 물어만 볼까

해서 물어보았다.

물론 중고 시세도 확인하고 나서.


공짜로 주기엔 좀 그렇고 1500에 가져가.

헐 5만도 안 뛰고 연식도 얼마 안 되었는데,

중고 가격 반도 안 되게 넘긴다고?


이런 경우 무조건 사기다.


그런데, 이 형은 대학 때부터 같은 과에서 봐 온 형이고, 익히 부잣집 아들인 것도 알고 있었고, 같이 주식 투자 하면서 자산의 빙산의 일각만 보고도 놀란 적이 있었다.


나 같은 놈에게서 돈 천만 원 단위로 사기 쳐서 돈 벌 생각하는 인간은 아니었다.


나의 ‘아방이’를,


(아반떼의 별칭. 때로 조롱의 언어로도 쓰인다. 그 오빠 아방이 몰고 온 거 있지 ㅋㅋㅋㅋㅋㅋ 겁나 폼 나더라 ㅎㅎㅎ - 뭐 이딴 식으로 흐)


처분하면 지금 갖고 있는 현금으로도 충분했다.


신뢰할 수 있는 상대방과 남는 장사.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꿈의 그랜져를 20대에 손에 넣어 신나게 달렸다. 확실히 아방이 시절에 막 끼어들던 녀석들이 조금이나마 덜 끼어드는 게 느껴졌다.


호텔이나 골프장에 갈 때도 아방이를 몰고 가면, 일하시는 분들이,


“이 쪽으로 오시면 안되요. 저~ 쪽으로 가세요.”

라고 많이들 그러셨는데,

그랜져를 타고 가면,


인사를 하고,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사실 그랜져가 그런 급은 아닌데, 어린 놈이 나이에 맞지 않게 좋은 차 타고 다니니 부잣집 도련님인가 싶어 좀 더 대우해 주셨던 것 같다. 흙수저에서 신분 세탁하는 건가 쿠쿠


“한번 알아봐 주라.

회사 잘 다니는지, 혹시 이상한 애는 아닌지 정도만 알면 돼.“


자본주의와 친분에 고개 숙인 나.


‘죄는 아니니까’

전공자의 지식을 바탕으로, 합리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다음 날 먼저 그녀가 그 계열사에 있다는 걸,

그룹 직원 검색에서 확인을 했다.

다행히 있었다. 사진이 뭔가 뽀샵인지 설정샷인지 모르겠지만, 동그란 눈과 계란형 얼굴을 보니 한 눈에 그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내 그룹 메신저를 통해,

그 계열사의 그룹 공채 동기 K에게 연락을 했다.


“K야, 잘 지내지?”


“어, 잘 지내지.

넌 잘 지내?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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