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야 잘 지내지?

by이상


K 형이었다.


“그냥 그럭 저럭 지내요. 다들 힘들잖아요 요즘.”


“그렇지.”


“형은 잘 지내요?”


“아니, 나도 별로야.

저녁에 뭐 하니?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 할까? 오랜만에?


룸살롱은 가지 말자.

사진도 찍지 말고 ㅎ”


실없긴.


‘형님, 우리가 대단한 분들처럼 누가 부탁하면 권력 휘둘러서 봐주고 챙겨주고 할 사람도 아니고.

온라인 게임 다니면서 월급 받아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인간들이 무슨 그런 데를 갑니까.

잘못하면 누구 말대로 실정법 위반에도 걸린답니다.


그런 데 한번 잘못 앉으면 몇 백만 원 나온다던데, 잘못 먹으면 월급 그냥 날아가는 거구요.

요즘 소주고, 식당 밥값이고 다 올라서 삼겹에 소주 마시기도 부담스러워서 저녁엔 퇴근하면 바로 집에 와서 집밥 먹고 발 닦고 잡니다.

점심 때 후배들 밥 사주기도 부담스러워요.


예전엔 식당에서 각자 계산한다면 불편해하던 식당 사장님들이,

이제는 알아서 각자 계산하시겠습니까? 하고 물으시는 것 보면 모릅니까.

세상 살기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어요.’


순간 이런 말들이 속사포처럼 쏟아 나올 뻔 했는데,

침울한 목소리에, 쥐어 짜는 듯한 농담인 것 같아 그냥 저녁에 보자고 하고 말았다.


전에 L 그룹 팀장이 스트레스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장소를 어쩔 수 없이 자주 지나다니는 나이기에, 요즘은 주변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면 챙기는 편이다.


요즘은 일부 업종만 잘 나가고 있고 경제성장률 같은 지표도 나쁘고,

취준생들이 취업을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인들도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의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온라인 게임 회식도 코로나 이후로 많이 줄어든 데다, 회사 사정도 여의치 않으니 더 줄었다.

개인들도 불안함 때문에 지갑을 닫으니 내수 침체가 이뤄지고, 주변에선 식당이나 까페 등 소상공인들의 상가 폐업을 중심지와 주거지를 가리지 않고 많이 볼 수 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건 사고도 이런 상황에서 슬롯적 스트레스 증가와 생계 위협 그리고 극단적인 양극화와 다양한 갈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걸 조정해줘야 하는 정치가 해먹고 치고 받으며 상대가 맘에 안 든다고 헬기까지 띄우니 나라가 산으로 가고, 나같은 소시민들부터 힘들어질 수 밖에.


안녕하세요.

라는 말이 우리나라 인삿말의 대세가 된 것이 일제시대라고 한다. 징용 등으로 끌려가고 수탈 당하는 불안한 시대를 살면서 ‘안녕’을 묻는 것이 안부 인사가 되었는데, 요즘도 그 정도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별 일 없지?’를 많이 묻는 시절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이러니 정신과에 예약을 하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 시대에, 나부터 챙겨야 하는데,

어쩌겠나. 같이 사는 세상. 좋아하는 사람들 힘들 때 같이 챙겨줘야지.


아프리카 오지 같은 데에 있을 때도 내가 아프면 동료가 날 병원에 데려다 주었고,

그 동료가 아프면 이번엔 내가 데려다 주며 버텼던 기억이 난다.

복귀해선 한 번씩 보며 부랄 친구만큼 절친이 되었다.




K 형은 같은 회사 선배였다.


인상도 좋고 후배들을 잘 챙겼다. 일도 열심히 하고 또 잘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모든 걸 다 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미인이 박명하고, (일찍 죽는 이유가 있겠지.)

능력이 뛰어난 자에게는 세상이 더 시련을 주며, 대기만성형이 많다는 말이 다 그런 뜻인 것 같다.


후배에겐 잘하는데 이 형은 상사들에겐 영 젬병이었다.


하루는 형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이 많은 팀장님이 오셨다.


“안녕하세요?”


“그래, 잘 지내지?”


“예예”


능력은 그저 그런데, 법카 쓰는 건 무진장 좋아해서 법카 대마왕이라고 불리는 팀장님이셨다.


“저 팀장 능력도 없는데 아부로 겨우겨우 팀장 되었잖아.

왜 악착같이 팀장 되려고 했는지 알아?

승진? 연봉? 다 좋지.

근데, 법카 좀 더 편하게 쓰려고 그랬다는 게 정설이야. ㅎㅎㅎ

어찌나 법카 쓰는 걸 좋아하는지 예산 남아 있는 팀이나 임원에게 얼마나 붙고,

비용 좀 쓰게 해달라고 난리인지.

팀장 되고 나선 팀원들에게 아예 작정하고 선언했다잖아.

팀비는 법카로 자기가 쓸 테니까 알아두라고.

회식은 상위 임원 비용으로 할 때만 한다고 말이지.

다들 기겁했잖아. ㅎㅎ”


그래서 그런지 그 팀장을 우연히 만난 K 형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호불호가 강해서 얼굴에 다 드러나는 인간형.

인사를 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담당 임원이 엘베를 타려고 나오셨다.


“어이고, 전무님, 안녕하세요.”


“어, 그래 박 팀장님, 살만해?”


“예예, 전무님 덕분에 잘 살아 있습니다. 충성!

근데…

저 전무님이 싫습니다.”


“어? 머라고?”


그 전무님보다 옆에 있던 우리가 더 당황했다.


‘어후, 저 아부덩어리 개저씨가 갑자기 왜 저러지?’


“아니, 볼 때마다 피부고 얼굴이고 계속 좋아지셔서, 저보다 훨씬 동안으로 보이시니 제가 화가 안 나게 생겼습니까요. 헤헤헤”


“허이구, 사람 참.

이따 점심 약속 있나?

없으면 같이 식사나 하지.”


“아이고, 감사합니다. 넙죽.

전무님, 저기 A 일식 정식 좋아하시지요?

제가 예약하고 먼저 가서 딱 자리 잡고 있겠습니다!”


“그래, 이따 보자고 허허허”


역사바카라을 보며 환관이나 간신이라는 표현을 보며, 어땠을까 했는데,

굳이 영화나 사극 드라마를 볼 필요는 없었다.

그보다 더한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난 그래도 이런 걸,

‘충성심, Loyalty’ 라고 포장하는 건가 하고,

웃어 넘겼지만,


K 형은 유독 이런 것을 못 참아 했다.


“어후, 술도 안 마셨는데 오바이트 쏠릴 뻔 했네.

저러고 살고 싶나.”


‘아이고, 형도 좀 저렇게 해야 팀장도 되고, 임원도 되던가,

아님 최소 long run 하는 것 아니요?

정년까지 버틴 영감님들 보시오.

자기보다 10살 넘게 어린 젊은 팀장들 앞에 넙죽넙죽 고개 숙이며,

열심히 하겠다고 달려드는데, 형님은 그래서 되겠소.’


라고 말해주려다 말았다.


명절에 임원들한테 선물도 좀 돌리라는 윗사람들 조언에도,

그렇게 회사 생활할 바에야 때려치우겠다고 응수하는 형을 보며,

어차피 듣지도 않을 것이고,

되려 나에게도 볼멘소리를 할 것 같아 그만했다.


하긴, 사람이 자기 스타일대로 살아야지.

안 하던 짓 하면 제 명에 못 살 테니까.




“치이익”


불판에 삼겹살 올릴 때 울려 퍼지는 소리는 식욕을 돋운다.


이래서 음식 소리 ASMR과 먹방이 인기 있나.

100만 구독자 유튜버니, 100만 조회수니 이 자극적인 소리와,

노릇노릇 구워진 자태에,

맛깔스럽게 먹으면, 보는 나도 먹고 싶어지는 게 인간 심리지.

그래서, 협찬에 광고까지 붙고 ㅎㅎㅎ


빈 속에 한 잔 말아 돌린 시원한 소맥은 하루의 체증을 쑥 내려 앉혀준다.


“캬아, 좋다.

사는 거 뭐 있노.”


이렇게 술과 고기라는 건강에 가장 주의해야 할 음식을 먹으며,

광고를 한 편 찍고,

형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 회사 짤렸다.”


“네?”


(길어졌네요. 내일 남은 글들 정리 후 올리겠습니다.

좋은 오후 되세요~)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https://fishingproductfr.com/@6dad664f134d4c4/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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