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 좋다.
[금일 10시 정읍시 폭염경보 발효..]
안전안내문자의 알림 소리에 눈을 떴다.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머물렀다.
느긋한 아침시간과 더불어
원두를 갈아 내려먹는 커피향기가 무척이나 달콤해서
난 기대감에 설레고 있다.
일요일 오전이 주는 고요는 말보다
커피 향기와 베란다에 화분의 잎사귀로 전해진다..
물을 주고 이제 곧 강렬한 햇빛이 내리쬘 것을 염려하듯이
생명력을 틔우는 애들한테 속삭인다.
“올여름도 잘 견뎌줘.. “
이 식물들은 내 바람을 알고 있을까?
쑥쑥 자라는 넝쿨이 자랄 때마다
난 스카치테이프를 창문에 붙여주며 길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다육이가 어느새 저렇게 많이 자랐구나 하며 대견해한다.
주중에 온라인 게임 다니며 미처 돌봐주지 못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표현하는 게 얼마나 좋은지…
날이 더워지고 집안 공기도 턱턱 숨이 막히면
정말 여름이 왔구나 한다.
여름.. 찬란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한 계절…
태풍과 해일이 넘실거리는 계절…
그러나 걱정 않는다.
우린 대비하고 경험하며 이 또한 잘 이겨낼 거라 믿기 때문이다.
에어컨이 작동하는 집안에 앉아 다육이 너머 내장산 전경을 보며
지금 보이는 이 풍경만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이 더위에 길거리에 돌아다닐 진돗개 걱정도,
텃밭 가꾸시느라 비지땀을 흘리실 부지런한 노부부의 수고로움도 잠시 내려놓는다.
지금 보이는 이 풍경을 마음속 가장 고요한 자리에 조용히 놓아두고 싶다.
그리고 해가 지는 저녁시간 뚱이랑 산바카라을 갈때
더위에 지친 진돗개에게 얼음이 잔뜩 들어간 물과 사료를 가져다주려 한다.
미리 그늘지고 시원한 곳으로 그릇들을 가져다 놓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 정성을 아는지 진돗개 가족은 내가 놓아둔 곳을 잘 찾는다.
“많이 더웠지? 힘들어도 지치지 말자!”
그렇게 그들에게 마음으로 응원하고 돌아서면
정해진 시간에 물과 사료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진 것을 보며 난 또 안심한다.
오늘 저녁도 그 안심이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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