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내가 청춘들에게 배운 것
어젯밤 과음으로 인해
아침에 숙취가 찾아왔다.
머릿속은 윙윙거리고, 속은 느글거렸다.
토요일 아침이라는 게 다행이었다.
알람이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찾지 않아도 되는 이 순간이
나는 늘 참 좋다.
늦잠에서 깨어나면
우리 집 강아지 ‘뚱이’는 엎드린 채 나와 눈이 마주친다.
“에이궁, 내 강아지 잘 잤어어어~”
애매한 시간대의 굿모닝에도
꼬리를 신나게 흔들어주는 녀석.
그게 내 아침 인사다.
하루가 저물어갈 무렵,
베란다 창문 너머로 휘영청 뜬 달이 보였다.
시간은 밤 10시.
창문을 여니,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올라왔다.
내가 살고 있는 14층까지 요란하게 울릴 만큼.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오랜만에 뜬 달을 보며
조용히 바람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그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내 마음을 자꾸 가로챘다.
결국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
아파트 정문 앞 호프집.
대여섯 명의 젊은 청년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분위기는 밝고, 표정은 맑았다.
단단히 벼르고 무슨 말이라도 하려던 마음은
그들의 따뜻한 공기에 스르르 녹아버렸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문득 내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좋았던 사람들, 웃음 많던 밤들,
소란스럽지만 찬란했던 시간들.
그중 누군가가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실까요?”
공손한 말투에 나도 모르게 정신이 들었다.
“저… 대화 중에 죄송한데요.
밤이라 그런지 소리가 많이 울려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시끄러울 줄 몰랐어요.”
단발머리에 미소가 예쁜 여성이 먼저 사과했고,
다른 청년들도 잇따라 미안하다고 말했다.
예의 있고 맑은 태도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돌아가는 길,
괜히 내가 더 미안해졌다.
그냥 대화 나누는 청춘들한테
너무 예민하게 굴었던 건 아닐까.
어른이란 이유로 너무 쉽게 꼰대노릇을 한 거 같아서..
창문을 닫고 돌아와 누웠다.
종종 그들의 웃음소리가 창문 너머로 들려왔지만
그건 이전과 달랐다.
조심스러운 기운이 느껴졌고
밤 11시가 되자 정리하는 소리, 그리고 고요.
그 순간
참 고마웠다.
조금의 배려로, 나는 고요한 밤을 누릴 수 있었으니까.
그들의 싱그러움과 공손함이
지친 나에게 신선한 바람처럼 스며든 하루였다.
고마워요, 학생들.
지금처럼 예쁘게…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 작가의 말
때로는 짜증으로 시작된 하루가
누군가의 배려로 따뜻하게 끝날 수도 있지요.
요즘 마음이 자주 날카롭고 무뎌진 저에게
학생들의 웃음과 예의는
오히려 신선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런 밤을 선물해 줘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조용한 밤이,
누군가의 마음을 적셔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