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했니, 그럼 봐

배는 부른데 먹어도 허기진다. <5>

by비새



이별 뒤의 마음은 이상하다.
밥을 먹고 배는 부른데,
왠지 속이 허전해서 자꾸 군것질을 찾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미 채워졌는데도 뭔가 부족한 느낌.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어딘가가 계속 비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 허전함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정서적 결핍감이라 부른다.
감정이 완전히 소화되지 못해
마음이 스스로 대체할 무언가를 찾는 시기다.
사람들은 그 허기를 달래기 위해
새로운 만남을 서두르거나,
급하게 소개팅 자리에 나가기도 한다.
어쩌면 누군가의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 하나가
이 공허를 메워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만남은 대개 마음을 더부룩하게 만든다.
아직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감정을 또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마음의 위장은 생각보다 예민하다.
한동안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그저 쉬어야 할 때가 있다.


누군가를 잃은 뒤에는
감정의 소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슬픔을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제대로 울지 않은 마음은
다른 형태로 되돌아와 자신을 괴롭힌다.
그건 마치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
속을 더부룩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별 후의 시간은
텅 빈 공백기가 아니라
감정을 천천히 소화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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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숙 [비새 작가] <흐노니><살아있음의 부작용> 저자. 이별을 심리로 풀고, 감정을 문장으로 꿰매는 작가. 솔직하고 담백하게 삶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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