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어버이날, 엄마인 내게도 엄마가 있다. 백 권의 육아바카라보다 엄마의 발자취가 더 값지다. 아줌마 되면서 낯짝은 두꺼워졌는데 손가죽은 얇아서 넘쳐나는 설거지, 애벌빨래에 주부습진을 달고 살던 나. 아이 낳고 증식하는 설거지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식기세척기를 구입했다. 진작에 들이지 않은 걸 후회할 정도로 너무 잘 쓰고 있다.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이모 3종 세트 중 벌써 2종과 행복한 동거 중이다. 그중 만족도는 건조기가 제일 높다. 가끔은 신랑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 ㅋㅋㅋㅋ 2년 전 큰언니가 친정에 건조기를 들여줬다. 신세계라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엄마. 건조기도 없고 청소기도 없고 분유 없이 유모차도 없이 세 딸을 키운 우리 엄마 육아템이 뭐야~~ 그 당시 세탁기 살 여유도 없어서 다섯 식구 빨랫감을 일일이 화장실 한편에서 조물조물 손빨래로 다 하셨다고 한다. 여름에는 그나마 할 만했는데 겨울에는 옷 부피 크기에 빨래하는 게 너무 힘들어 결국 집 앞 부채공장에서 일감을 떼다가 부채에 일일이 깃털 붙이는 작업을 몇 달해서 세탁기 살 돈을 마련하셨다고 말씀하시는데 마음이 많이 찡했다. 단칸 지하방에서 물난리도 겪고 셋방살이 서러움도 겪고 그때는 애들과 하루하루 어떻게 먹고살지 막막했는데 지금은 세 딸 다 시집가고 어린 손주 애교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이렇게 손주가 예쁠 줄 몰랐다는 엄마 < 할머니 단골 미용실에서 빠글 파마한 손녀 > 하루는 내가 아침부터 밥도 안 먹고 학교에 안 간다고 떼를 썼다고 한다. 출근시간은 다가오지 용돈을 투척하며 꼬셔도 다 필요 없어!! 집에 오면 엄마가 없잖아. 방구석에서 울고 있는 막내딸을 떼어놓고 회사에 갈 때는 하루 종일 속이 상해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한이 된다고 하셨다. 그때의 나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다른 집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간식도 만들어 주고 주말엔 여행도 많이 다니는 게 어린 마음에 다른 집과 비교하며 엄마의 부재에 많이 원망을 했던 것 같다. 엄마도 힘들게 밖에서 돈 벌지 않고 우리 곁에 있고 싶으셨을 텐데. 엄마의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수많은 육아 서적보다 엄마의 자서전이 더 값진 것은 엄마의 희생에 우리가 이렇게 잘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 내 육아 원칙 첫 번째는 '아이들에게 격정적으로 화내지 말자' 이다. 어떻게 하면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쏟아내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엄마가 생각났다. 옛날 기억을 더듬어보니 화를 내는 엄마 얼굴은 내 기억에 없었다. 언니들에게도 물어보니 언니들도 엄마가 딸들에게 화를 낸 적이 없다고 증언해 줬다. (물론 엄마도 사람인지라 아빠에겐 화를 내신다.) 항상 자녀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조금은 방목형이지만 자녀들의 선택을 지지해 주고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 주셨던 엄마. 가장 가까운 멘토가 옆에 있었는데 그걸 이제야 알았다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보살님이 바로 옆에 있는 줄 몰랐다. 엄마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나 역시 잘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긴다. 백 권의 육아바카라보다 엄마의 발자취가 더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