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갈대는 바람이 불어야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이 모두 바람의 몫은 아닐 것입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서
갈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다만 한 번 흔들린 마음은
바람이 떠난 뒤에도 오래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사랑도 어쩌면 그런 것인지 모릅니다.
누군가의 한마디, 한 번의 눈빛이
마음 깊은 곳에 바람을 일으키고,
떠난 뒤에는 그 바람을
혼자 견디는 시간이 남습니다.
갈대가 바람을 기다리는지,
바람이 갈대를 찾아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로를 스쳐 지나간 순간만큼은
분명히 서로의 계절이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