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수업, 녹음파일을 올리며

일요시

by심풀

지난 주에 낭독수업 종강을 하였어요.

마지막날에는 각자의 목소리를 배경음악 속에 담아보는 수업을 하였고요.

열댓명의 수강생들, 너나 할 것없이 낭독을 처음 접하는 같은 처지였어요.

어설픈 것은 기본이고 떨리는 마음까지 모두 같았어요.

더듬거리거나 간혹 감흥에 휩싸여 낭독중에 흐느껴 눈물짓는 수강생도 있었구요.

글로 자신만의 아픔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놓으면서 여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빠질 수 있으리라.

개인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왔는 지 구구절절 묻지 않아도 짧은 글속에 모두 들어있었어요.


SE-649e3cce-e5de-416d-ba9a-9d1123fbf2fd.jpg?type=w773낭독수업 강의실에서☆



마이크 앞에 서서 배경음악에 맞춰 글을 낭독하는 일은 두근두근 설레었어요.

실수할까 두려움에 달달 떨면서도 피하고 싶지 않은 달콤한 느낌 말이에요.

음악없이 글을 중얼 중얼 읊조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요.

그와 달리 아름다운 선율에 맞추어 노래하듯 글이 가슴으로 직진하는 경험은 특별한 일.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읽어보는 값진 경험을 하면서 무더위를 깜박 잊을 수도 있었고요.

이자영 성우님처럼 근사한 목소리가 아니라도 우리모두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목소리를 갖고 있잖아요.

우리의 얼굴이 다르듯이 목소리에도 그와 같이 다양한 매력이 있는 것이고요.


이자영 성우님이 마지막 날에 배경음악을 조절하면서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도록 애를 써 주셨어요.

간혹 실수를 하는 수강생이 있으면 다시 한번 용기내어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시는 것은 물론이고요.

잘하거나 못하거나 줄세우는 수업이 아니었기에 오로지 제 글을 제 목소리로 들어보는 순수한 시간이었어요.

아래에 녹음 파일을 이번주 중에 받았어요.

(소중한 글친구들중에서 녹음파일을 함께 듣고 싶다는 댓글도 받기도 하였고요)

녹음하기 하루전날 이자영 성우님의 코치를 받으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고요.


다섯 번의 강의, 길지 않은 강의시간였어요.

그럼에도 그 시간속에서 수강생들이 낭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해냈다는 게 감격스러웠어요.

그런 이유로 한명 한명 낭독을 하고 나면 응원의 마음을 담아 열정적인 박수를 보내게 되었어요.

더하여 격려의 말을 서로 소곤소곤 주고 받기도 하였고요.

"수고하셨어요. 잘 하셨어요~."

짧은 인삿말만으로도 따스한 마음을 건낼 줄 수 있었어요.




자화상








반 백 살에 시를 알게 된 여자가 있습니다.


평생 시를 모르고 살다 갈 번하였다면서


이제야 환한 웃음을 짓습니다.


어제 못 본 맑은 아침햇살에


시에 그린 여자는


오늘을 처음처럼 기뻐합니다.




글쓰기도 모르는데 시를 알겠냐면서


시를 짓는 얼빠진 여자가 있습니다.


배운 적 없는 시를 일구면서


제 모양이 얼떨떨한지 자꾸 뒤돌아봅니다.


치매 아버지 약을 줄 세워놓고 논밭 샛길을 걷습니다


시 한 줄에 울다 웃다 여자는 그만 고요해지고




그럼에도 언제 어디로


시가 오고 가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저도 모르게 시에 걸린 여자는


스쳐가는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멀리 혹은 가까이


울리는 제 심장소리에도.



오퍼센트, 자작시 『자화상』 ☆



낭독수업, 일단은 기본 목청이 타고난 사람이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어요.

어여쁜 목소리는 듣자마자 본성처럼 알아차릴 수 있잖아요.

흘려 들어도 또렷하게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성은 따로 있구나.

남녀를 떠나서 깊이 있는 목소리의 전달력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막귀로도 헤아릴 수 있었어요.


이자영성우님이 편집에 공을 들여서 그런지 잡음없이 깔끔하게 들리니 그또한 감사한 일이에요.

기왕이면 오퍼센트의 목소리가 고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싶어요.

(아쉬운 일이지만 듣기 싫은 목소리는 아니라면서 스스로 위안을 하였어요)


그런면에서 오퍼센트의 목소리는 흔하고 평범한 편이구나.

다만 제 마음을 담아 시를 짓고 낭독하였으니 그 의미는 평범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지.

부끄러운 마음을 접어두고 일요시 글속에 녹음파일을 올려 보아요.

오퍼센트의 목소리를 처음 공개하는 셈이라 다시 덜덜 떨리는 심정이에요.


난생 처음하는 시낭독이에요.

흉허물을 꼽자면 수없이 많겠지만 모든 처음은 서투른 것이라 여기고 있어요.

육성과 녹음파일의 목소리가 꽤 다르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새로이 배웠어요.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낯설어서 긴가민가하였거든요.

진심에 진심으로.




첨부파일

오퍼센트 자화상.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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