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이자, 영혼의 파산

I후불제 인생I

by기안


사람은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남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며 살아간다. "어떻게 보일까"라는 질문은 마음속에서 매시간 복리로 이자를 불려 나간다. 처음엔 가벼운 호의의 담보였을 뿐이다. 옷차림을 고르고, 말투를 다듬고, 표정을 관리하는 일. 그것은 슬롯적 예의이자 생존의 기술처럼 보인다. 나 역시 그렇게 믿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성숙한 어른의 태도라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남의 시선은 냉정한 채권자였다. 잘하고 있을 때는 조용하다가, 조금만 흔들리면 가차 없이 날카롭게 고개를 들었다. 성과라는 상환금이 입금될 땐 관대한 척하다가도, 입금이 지연되는 순간 시선은 가차 없이 독촉장을 보낸다. "그동안 쌓아놓은 신용은 어디 갔느냐"며 윽박을 지르곤 했다.

나는 매번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고 애를 써야 했고, 더 바빠졌고 더 웃어야만 했다. 속이 무너져도 괜찮은 척했다. 남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려고 나를 저당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남의 시선은 조금씩 사채업자처럼 변해갔다. 원금보다 훨씬 큰 이자를 요구했다.


결정적인 순간은 일이 틀어졌을 때였다. 그때 남의 시선은 단 한 번도 유예를 주지 않았다. 내 귀가에는 “왜 그랬어.”,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별 수 없네.”라는 소음들이 들려왔다. 그 말을 직접 듣지 않았어도, 이내 알아차리곤 했다. 남의 시선은 말보다 빠르고, 침묵보다 날카로웠다.

너무 지쳐 있던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며들었다.


“도대체 언제쯤 이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더 성실해도, 더 참고 견뎌도 남의 시선은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높은 기준을 내 삶 속으로 들이밀었다. 그때였다. 거울 속에는 타인의 장부에 맞춰 내 삶을 난도질하고 있는, 가장 잔혹한 수심인이 서 있었다. 남의 눈치를 보느라 내 영혼의 파산을 방치한 주동자는 바로 나였다. 남의 시선을 핑계로 나를 집어삼키고 있던 나. 가장 혹독한 사채업자는 나 자신이었다.“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것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다가왔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도, 그 바카라임을 전부 짊어지기는 싫었다. 모든 시선에서 내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을 허락했고, 부족함을 숨기지 않았다.

남의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선들이 내 삶을 옥죄는 것만은 허락하지 않는다. 필요 없는 사채빚은 서명하지 않고, 감당할 수 없는 기대는 선을 긋는다. 인생은 신용등급으로 평가되는 금융 장부가 아니다. 진짜 자유는,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그 시선과 나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것에서 온다. 사채업자와 같은 시선이 다가오면, 나는 아무런 주저함없이 말한다.

“이 사채빚은 여기까지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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