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 놓은 옷처럼 옷이 널브러져 있다
반듯하게 정리한 지가 언제인지 아득하다
하고 싶은 게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같이 있어도 혼자였고
비릿한 어둠을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었다
어설픈 망치 잡이로
반듯한 못을 박으려 하면 할수록
마디마다 부서지는 소리와
몸의 온도도 수시로 달라졌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일상을 등 돌리고
견디어온 날들의
쓸쓸한 얼룩들이 번지는 날
남편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물살에 떠밀리기 싫었나
갱년기에 좋다는
씨앗 기름을 사 가지고 와
밤하늘의 별처럼 너무 예뻐서
떠나지 못한다는 말 한마디에
오래 묵은 울음이 사라지고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내 몸에선
또다시 사랑이 발아되고 있었다
바보 비보 바보 비보
발아된 싹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