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자락 언덕길에 휘날리고
분 향기 내세우며 나들이 가신다
아버지가 사 준 거라고는
오일장에서 사준 꽃 원피스 하나
색도 바랬는데
엄마는 한 벌뿐인 그 옷을 애지중지 아끼셨다
늘 입고 나면 빨아서 벽에 걸어두었다
하루는 구겨지지도 않는 나일론 옷을
왜 걸어 두냐고 묻자
꽃잎이 접힐까 봐 그래
젊어서 혼자된 멍울진 한
가진 것 없고 무서운 것도 없는 엄마지만
가끔은 텅 빈 방에서 꽃잎이 흐느끼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피와 살로 살찌우던 우리는
그녀의 마음 하나 헤아리지 못했다
세월이 가면 청상의 슬픔도 잦아들 줄 알았는데
그리움을 꽃잎 속에 접어두고
치매 환자가 되어 꽃이 꽃인 줄 모른 채
시간 밖으로 나앉는 엄마
초침도 멈춘 방에
꽃 원피스만
벽을 덩그러니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