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마르지 않는 샘이 된다

말은 입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by쉼표JEONGSEON



나는 한동안 내 안의 언어가 모두 말라버린 줄 알았다.

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문장은 자꾸 목에서 멈췄다. 빈 화면 앞에 앉아 커서만 깜빡이는 걸 오래 바라보던 날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나는 이제 할 말이 없는 사람이 되었구나.

그런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건 마름이 아니었다.

샘은 파야 나오는 우물과 다르다. 우물은 사람이 삽을 들고 깊이 파 내려가야 물을 만나지만, 샘은 아무도 파지 않았는데 어느 날 바위틈에서 솟는다. 그 물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땅속을 흐르고 스며들며 모여 있다가, 마침내 틈을 만나 밖으로 나온 것뿐이다.

언어도 그렇다.

말이 나오지 않던 시간을 우리는 실패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언어는 천천히 고이고 있었다. 삼킨 울음, 하지 못한 대답, 끝내 전하지 못한 인사. 그런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이라는 단단한 바위 안으로 스며들어 어딘가에 고여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한 문장이 되어 올라온다.

그래서 나는 이제 침묵도 언어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말하지 못한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 나오는 말도 없었을 것이다.


언어는 많이 아는 데서 오지 않는다

한때는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알아야 좋은 문장이 나온다고 믿었다. 물론 읽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읽은 것만으로 문장이 되지는 않았다. 머리에 담긴 지식은 정보로 남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은 늘 다른 데서 왔다.

오래 바라본 것에서 왔다. 깊이 살아낸 것에서 왔다.

길가에 핀 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들여다본 날, 누군가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본 저녁, 아무 말 없이 곁에 앉아 있던 어떤 시간. 그런 것들이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물이 되었다. 언어는 지식이 아니라 시간에서 솟는다.

그러니 쓸 말이 없다고 느껴지는 날에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건 샘이 마른 것이 아니라, 아직 틈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솟은 물은 고이지 않는다

샘의 아름다움은 솟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솟아오른 물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아래로 흘러 시냇물이 된다. 그리고 그 물은 자기가 어디까지 가는지 모른 채 흘러간다.

말도 그렇다.

내 안에서 겨우 길어 올린 한 문장이, 어느 날 누군가의 메마른 하루에 가닿는다. 나는 그 사람을 모르고, 그 사람도 나를 모른다. 다만 물이 흘러 닿았을 뿐이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가장 신비로운 일이 그것이다. 나를 살리려고 쓴 문장이 다른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대단한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고여 있으면 썩기 때문이다. 퍼내야 새 물이 찬다. 매일 쓰는 사람의 샘이 마르지 않는 이유는 재능이 많아서가 아니라, 계속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그 시간을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당신의 바위 안에서는 물이 모이고 있는 중이다.


오래 침묵한 사람의 마음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샘 하나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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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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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Image시간과 사랑의 흐름 2026년 7월 22일 오후 02_56_12.png침묵 속에 고인 시간은, 어느 날 사랑과 기억의 언어가 되어 다시 솟아오른다.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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