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 너머의 존재를 안아주는 일

서글픈 반듯함 대신, 서로의 무늬를 받아 적는 일에 대하여

by숨결biroso나


曲則全 枉則直
"구부러진 것은 온전해지고, 굽은 것은 도리어 곧게 된다."

— 노자, 《도덕경(道德經)》 22장



우리가 잃어버린 구부러진 시간과 부리의 언어


마른 모퉁이를 돌 때마다 세상이 잘라놓은 네모난 규격들이 발끝에 치인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양식에 스스로를 부지런히 밀어 넣으며 살아왔다. 조금이라도 모서리가 삐져나오면 불안이라는 가시가 돋았고, 남들과 비슷한 궤도에 올랐을 때야 비로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안도하곤 했다. 매끈하게 마감된 일상, 규격화된 성공의 문장들. 그러나 반듯하게 길어지는 그 안에서 우리는 과연 온전한 내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일까.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제멋대로 구부러질 수 있는 용기와 서로의 불완전한 빈틈을 향해 다정하게 소리를 얹어주던 조그만 부리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서글픈 규격, 반듯함이라는 고독


창밖의 가로수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것을 바라보다 문득 그 나무들이 한 번도 제 마음대로 가지를 뻗어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세상은 늘 반듯한 것만을 원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직선의 도로, 규격에 맞춰 찍어낸 아파트의 창문들,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표정까지도 점차 닮아간다.


어린 시절 우리는 저마다 독특한 모양을 가진 진흙 덩어리 같았다. 손가락이 닿는 대로 둥글어지기도 했고, 때로는 뾰족하게 모가 나기도 했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동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점차 보이지 않는 거대한 거푸집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과정과 같았다.

"이 나이쯤에는 이 정도의 크기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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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줄께요 [비로소 나다워지는 시간, 숨결로 쓰는 마음] 서툰 하루 속 숨결 같은 위로를 찾고, 흔들림 끝에 마주한 '비로소 나'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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