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 크룸로프 성, 강이 감싸 안은 귀족의 도시
체코 남부 보헤미아 지역의 작은 도시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 Castle) 는 독특한 지형 위에 세워져 있다.
블타바강은 이곳에서 크게 굽이치며 도시를 감싸 흐른다.
마치 물이 만든 고리 안에 도시가 들어앉아 있는 듯한 형태다.
그리고 그 중심의 높은 언덕 위에 성이 자리하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먼저 붉은 지붕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위로 둥근 탑 하나가 도시를 내려다본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이다.
프라하 성처럼 압도적인 규모의 제국 수도 건축은 아니다.
그러나 이곳에는 오히려 더 오래된 유럽의 구조가 남아 있다.
왕이 아니라 귀족이 지배하던 도시.
제국이 아니라 영지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봉건 시대의 흔적이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은 본래 왕궁이 아니라 귀족 가문의 성이었다.
이곳을 오랫동안 지배한 가문은 로젠베르크(Rožmberk) 가문이다.
남부 보헤미아를 대표하던 거대한 귀족 세력이었다.
중세 유럽에서 왕이 모든 지역을 직접 통치한 것은 아니었다.
각 지역의 유력 귀족들은 자신들의 영토 안에서 거의 작은 왕처럼 행동했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바로 그런 봉건 귀족 권력의 중심 도시였다.
그래서 이 성의 분위기는 프라하 성과 다르다.
프라하 성(Prague Castle) 이 황제와 국가 권력의 상징이라면,
체스키 크룸로프성(Český Krumlov Castle )은 귀족 영주의 생활 공간에 가깝다.
하지만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블타바강의 수운과 교역로, 그리고 주변의 경제적 기반 덕분에 로젠베르크 가문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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