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왕궁, 왕정의 중심에서 공화국의 미술관으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왕궁. 현재 루마니아 국립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옛 왕실 궁전이다.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Bucharest) 중심부에는 한 나라의 정치체제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궁전이 있다. 바로 부쿠레슈티 왕궁(Royal Palace of Bucharest)이다.
트란실바니아의 펠레슈성이 루마니아 왕실의 화려한 생활문화를 보여주고, 브란성과 코르빈성이 중세의 군사적 권력과 귀족 슬롯를 상징한다면, 부쿠레슈티 왕궁은 근대 국민국가의 형성과 왕정의 몰락, 그리고 공화국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 궁전은 루마니아 왕국의 중심부에 자리했던 왕실 건축물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루마니아 국립미술관(National Museum of Art of Romania)으로 사용되고 있다.
왕이 머물던 궁전이 시민을 위한 미술관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건물의 용도 변경을 넘어 루마니아 현대사의 정치적 변화를 상징한다.
부쿠레슈티 왕궁의 정면. 19세기 왕실 거주지에서 출발해 20세기에 현재의 규모와 외관을 갖추었다. 부쿠레슈티 왕궁의 역사는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왕궁이 자리한 곳에는 원래 루마니아 귀족 디니쿠 골레스쿠(Dinicu Golescu)가 1812년부터 1820년 사이에 건설한 저택이 있었다.
1837년 왈라키아 공국의 통치자 알렉산드루 기카가 이곳을 공식 거처로 사용하면서 건물은 정치적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1859년 몰다비아와 왈라키아가 통합된 이후에는 알렉산드루 이오안 쿠자가 이곳을 거주지이자 의례 공간으로 사용하였다.
1866년 독일 호엔촐레른지크마링겐 가문 출신의 카롤 1세가 루마니아의 통치자로 즉위하면서 건물은 본격적인 왕실 공간으로 발전하였다.
1877년 루마니아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1881년 왕국이 수립되면서 카롤 1세는 초대 국왕이 되었다.
이로써 부쿠레슈티의 왕궁은 새롭게 등장한 루마니아 왕국의 정치적 권위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자리 잡았다.
왕궁 외관의 고전주의적 구성. 수평적 입면과 규칙적인 창문 배열이 특징이다. 현재 부쿠레슈티 왕궁의 외관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 증축과 재건의 결과이다.
카롤 1세는 프랑스 건축가 폴 고트로(Paul Gottereau)와 체코 출신 건축가 카렐 리만(Karel Liman)을 고용하여 궁전을 확장하였다.
그러나 1926년 발생한 화재로 중앙 건물과 왕좌의 홀이 크게 손상되었다. 이후 페르디난드 1세와 마리 왕비의 주도로 재건 계획이 마련되었다.
1930년 즉위한 카롤 2세는 궁전의 대대적인 재건과 확장을 추진하였다. 건축가 아르투르 로렌츠와 니콜라에 넨치울레스쿠 등이 참여한 공사를 통해 오늘날의 건축적 형태가 완성되었다.
궁전은 고전주의적 대칭과 절제된 장식, 수평적으로 펼쳐지는 입면을 통해 근대 국가의 질서와 권위를 표현한다.
중세의 성이 높은 성벽과 방어탑을 통해 군사적 힘을 드러냈다면, 부쿠레슈티 왕궁은 도시의 중심부에서 기념비적인 외관과 의례 공간을 통해 국가 권력의 정통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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