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무계획인 계획인 나에게 돈을 모으는 계획 같은 것이 있을 리는 없었다. 그냥 생기면 쓰고, 쓰다가 남으면 그것이 곧 저축이었다. 또 몇 달 모은다고 하더라도 어린 시절에 내돈내산 했던 기억이 철저히 간섭하여 소비를 다시 부추겼다.
슬롯 초년생 시절에 나를 부추긴 소비는 카메라였다. 멋진 풍경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저런 풍경을 눈에 담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도 저렇게 찍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온통 지배했다. 한 달여를 지배하던 그 생각은 결국 카메라를 구매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 카메라를 샀으니 사진을 찍어야 했다. 마침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던 사수(이 사수 덕분에 사진의 세계에 입문했다)와 함께 서해 바다며 화목원이며 다니기 시작했다. 일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에서 거닐기도 하고 나만의 작품 세계에 집중하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카메라를 구매하고 남긴 추억은 가치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값지다. 지금도 당시의 사진을 열어보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걸 보면 적어도 후회 없는 소비였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서적으로는 그렇다.
문제는 현실에 있었다. 정서적 가치에 집중하던 때에 마주한 현실은 사진에 담긴 아름다움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첫 신혼살림은 수원의 어느 골목에 있는 1.5룸 월세에서 시작했다. 1층에는 치킨 호프집이었고 2층에는 세를 놓는 오래된 건물 중 하나였다. 장마 기간이면 벽을 타고 창틀로 물이 스며들었고, 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바람을 막기에 너무도 나약한 나무 새시와 뜯긴 방충망은 임신한 내 아내와 이듬해 태어난 내 아이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했다. 수중에 가지고 있는 목돈은 얼마 없었다. 월세 보증금까지 합하면 2천만 원 남짓이었을 거다. 그런 와중에 윗동네에 광교가 개발되기 시작했고 아내도 그곳에 집을 사고 싶다는 얘기를 가끔 했다. 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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