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늘을 보는 법

아니 닿는 법

by이러나

분당에선 고개를 들어야만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 깡시골에선 고개를 들지 않아도 하늘이 보인다. 하늘이 9할쯤 되는 것 같다. 매일을 하늘에 닿을 것처럼 살았다. 구름을 안을 것처럼 지냈고 두 팔과 두 다리로 산방산을 단숨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기세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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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느 때처럼 하늘을 보다가, 누군가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 사람은 하늘에 닿는 법은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고 했다. 되려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거라고 했다.


그 사람 말이 맞았다. 바닥에 납작 엎드리면 내 키만큼 하늘이 더 멀어진다. 그리고 하늘과 땅사이의 거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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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거리만큼 내가 얼마나 작은 사람인지, 하늘과 땅 사이에 얼마나 많은 것이 있는지, 함부로 쉽게 생겨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과 모든 것이 이 땅 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까지 생각하게 된다. 하늘과 땅의 그 차이만큼이나 하늘을 이해하게 된다. 그제야 하늘에 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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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계는 정말이지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다. 비행장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하늘을 가리는 것이 산방산 말고는 정말 하나도 없다. 높은 곳에 올라갈 필요를 느끼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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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으로도 충분하지만, 나는 하늘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서 종종 바닥에 엎드렸다. 때로는 드러누워버리고 하늘을 안았다. 노을도, 별도, 구름도, 햇빛도 다 내 것이지만, 그 어떤 것에도 빚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육지에선 몇억의 빚과 시간을 저당 잡혀야 누릴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리고 몇 개월 뒤 다시 올라온 육지, 12층에 올라와도 하늘이 잘 보이지가 않는다. 하늘을 잘 보려면 바닥에 누워야 한다. 제주도가 그리운 만큼, 바닥에 잘 엎드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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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도 매일 하늘에 닿는 삶을 살고 싶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가슴을 땅에 닿게 할 때, 때로는 등과 땅이 마주하게 할 때, 이미 가진 것들이 보이고 하늘과 땅아래서 내가 채워야 할 것이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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