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방천 가자

나무 그늘, 여름을 녹음하다

by이미경

아이야, 방천 가자

볼긋볼긋 돋아난 땀띠 싹싹한 샘물로 지울까

어림없다

안 되겠다

후딱 밥 먹고 방천 가자

아름드리 방천 나무 그늘 품에 안겨

장이야

포야

장기를 떠

여름이 불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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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방천 가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살가운 부채질로 털어낼까

택도 없다

안 되겠다

얼른 밥 먹고 방천 가자

우거진 방천 나무 그늘 속에 숨어

삶은 감자

미숫가루

새참을 나눠

여름이 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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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아, 방천 가자

짜랑짜랑 매미 소리

사락사락 초록잎 소리

도란도란 개울물 소리 나리는

녹음향 짙푸른 방천으로 어서 가자, 어서 가자

낮잠 자는 아버지에겐 비지땀을 씻어내는 등목

신문 펼친 대학생 오빠에겐 구슬땀을 닦아주는 선풍기

찰깨를 주고받아 살구를 주고받아

방천 나무 그늘 밑에 어우러진 우리 동네 사람들

여름이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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