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씨가 자라나
바지랑대 꼭대기에 여름이 걸렸다.
마루에 걸터앉아 언니들과 수박을 먹었다.
사각사각 싸악 싸악
추릅 추릅 찹찹찹
붉은 물이 쭈룩쭈룩
수박씨를 꿀꺽꿀꺽
축담에 서서
수박씨 멀리 뱉기 놀이를 하였다.
퉤엣
퉤
톡
마당에 까만 씨가 쫘악 깔렸다.
하하 호호 히히히
깔깔 낄낄 까르르
해죽 히죽 실쭉
한참 재미 들린 놀이를 뒤로하고 정희 언니가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었다.
"뱃속 수박씨 하룻밤 지나면 말이야.
싹이 터서 배꼽을 뚫고 나와 잎이 자라고 줄기가 쭉쭉 뻗어 말이지.
수박이 주렁주렁 열린다 카더라"
뭐라고? 큰일 났다!
혜야 언니 키득키득
정희 언니 재잘재잘
큰언니는 방시레
나는 나는 어리둥절, 울상이 되었다.
"뭔 사설이 그래 기노? 아 우는 거 안 보이나. 그만해라" 엄마가 말을 뚝 잘랐다.
여태 삼킨 수박씨가 몇?
하나 둘, 셋넷... 눈물바람 손가락이 모자랐다.
'그것이 다 자란다면' 큰일 났다!
'죽어 죽어' 배를 통통 두들겼다.
옷을 들춰 보았다.
배꼽이 뽈록, 큰일 났다!
저녁은 굶었다.
수박씨가 받아먹고 쑥쑥 자라날까 봐.
'설마 배가 팡?' 큰일 났다!
발을 동동 굴렸다.
잠자리에 들었다.
큰언니는 잠잠 잠잠
정희 언니 소록소록
혜야 언니 야암야암
나는 나는 말똥 소똥 된통.
눈 감으면 수박밭.
동글 둥글 수박 데굴데굴 떽떼굴
허걱! 가위에 눌려
스르륵 번쩍 스르륵 번쩍, 눈을 떴다 감았다를 수천번.
통통 퉁퉁 배를 두들겨
꼭꼭 꾹꾹 배꼽을 눌러
오줌 누러 들락날락
수박옆에 요강, 요강옆에 수박
까만 밤 하얀 밤
수박이 마구마구 몰려와, 잠 못 이루던 밤.
다음날 아침
부스스한 눈, 가재미 눈을 하고 이쪽저쪽을 살폈다.
헉!
어이된 일인지,
수박밭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윗목 아랫목 이불 위에 나뒹굴던, 그 많던 수박 다 어디로 갔나?
벌떡 일어나 황급히 배를 까뒤집었다.
배꼽도 멀쩡.
덩굴덩굴 넝쿨넝쿨 수박 줄기 싹 다 사라졌다.
야야야, 야호!
악몽에서 벗어났다.
"뭐 하노, 밥 묵고로 얼른 나와 세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