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청소년 상담을 하는 언니가 있다.
아이들 문제로 이런저런 고민을 이야기하다 보면
언니는 꽤 자주 같은 말을 한다.
“정상발달이야.”
며칠 전에도 그랬다.
아이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말했다.
“요즘 얘가 자꾸 거짓말을 해.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그랬더니 언니가 너무도 태연하게 말했다.
“애들이 거짓말하는 거, 다 정상발달이야.”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거짓말하는 게 정상이라고?”
“그럼. 정상발달이지.”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오빠가 있으니까 조금 일찍 배울 수는 있는데,
그것도 정상발달이야.”
그 말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아니, 이렇게 웬만한 일은 다 정상발달이면
도대체 비정상은 언제 나오는 건가 싶어서.
아이들이 싸우는 것도 정상발달.
부모 말을 듣는 척하다가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도 정상발달.
친구와 죽고 못 살다가 다음 날 절교하는 것도
정상발달.
엄마에게는 말하지 않고
자기만의 비밀이 생기는 것도
정상발달.
조금 과장하면
세상 모든 부모의 걱정 끝에
언니가 서서 이렇게 말할 것 같았다.
“그것도 정상발달이야!”
그런데 웃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작은 변화도 쉽게
문제처럼 보인다.
예전에는 하지 않던 행동을 하면
‘왜 저러지?’
말대꾸가 늘면
‘사춘기가 벌써 시작됐나?’
친구 문제로 속상해하면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조금만 평소와 달라도
부모의 머릿속에서는
금세 여러 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아이는 그냥 자라고 있는데
부모는 자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정상발달이야’라는 말은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크면서
하지 않던 말을 하고,
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
부모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그 과정이 부모에게는 낯설다.
어제까지 손을 잡고 다니던 아이가
어느 날 방문을 닫는다.
엄마에게 모든 것을 말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그냥”이라는 말로 대화를 끝낸다.
부모는 서운하고 걱정스럽지만
아이에게는 그것 역시 자라는 과정일지 모른다.
그날 이후 나는
아이들을 보다가 마음속으로 가끔 말한다.
‘그래. 이것도 정상발달인가 보다.’
물론 모든 행동을 그냥 두자는 뜻은 아니다.
거짓말을 했다면 왜 그랬는지 이야기해야 하고,
잘못한 행동에는 분명한 기준도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그 행동 하나만 보고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너무 빨리 결론 내리지는 않기로 했다.
아이의 성장은 언제나
반듯한 직선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닐 테니까.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가기도 하고,
어른스러웠다가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굴기도 하고,
정직을 배워가는 동안 거짓말도 해볼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을 지나면서
자기라는 사람을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도 아이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질 때면
나는 그 언니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정상발달이야!.”
신기하게도 그 한마디면
아이보다
먼저 자라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부모도 함께 자라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