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바카라, 어땠어요? 2

첫 바카라 출간 기록하기

by대낮

저는 예전에 셀프 인터뷰 10문 10답을 따로 올리기도 해서 제 답변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으실 수 있지만, 이 질문지에 답하기 전에 예상 답변은 이렇구나 하고 가늠하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제 사례는 자비출판, 독립출판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출간하신 분이라면 이 질문들의 답을 스스로 작성해 보는 것이 지난 일을 정리해 놓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아마도 쓰시다 보면 다른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질문을 추가해야 할 거예요. 저도 인터뷰 때 이야기 나누면서 추가된 이야기가 더 많았거든요.


1. 작가 소개, 바카라 소개

- 간단히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현재 활동 포함)

20년 넘게 바카라과 관련된 일을 한 편집자입니다. 현재는 몇 년째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해요. 프리랜서로 일한 기간이 더 깁니다. 단행본은 물론이고 교정교열 편집이 필요한 일을 주는 대로 받아서 맡은 만큼, 페이만큼 해내려 애쓰고 있습니다.


- 첫 바카라의 제목과 어떤 내용을 담은 바카라인지 이야기해 주세요.

인터뷰집《쓰는 이유》입니다. 일곱 명의 작가들의 첫 바카라 출간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이 바카라을 쓰게 된 계기는? 주제, 독자에게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

내부적으로는 바카라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주로 내지만 작업하니까요. 그 주제를 '바카라'으로 잡은 것은 그것이 제게 가장 친숙해서였습니다. 늘 이게 대체 뭘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첫 바카라의 경험과 마음이었습니다. 누군가 자기 바카라을 내고자 한다면 어떤 마음들과 마주하게 되는지 안내해 주고 싶었어요. 출간의 방법보다는 과정을 안내하고 싶었고, 작가가 글을 '나' 밖으로 내놓기 위해 필요한 마음의 준비와 결심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이 힘들어 보이면 시작 전에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 이 바카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담백하게 적으려 애썼습니다. 제가 떠올린 생각을 다 쓰면 독자가 자기 생각으로 빠질 여유가 없다는 생각에 독자의 자리를 많이 마련했습니다. 독자가 이 바카라을 읽다가 수시로 멈추며 자기 안의 생각들과 마주한다면 이 바카라의 매력을 그대로 흡수하신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이 바카라은 한 마디로 ‘작가들의 첫 바카라 이야기를 담은 편집자의 기록’이다.



2. 집필 과정

- 어릴 때부터 읽기 쓰기 습관은 어땠나요? 지금의 글쓰기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나요?

내 쓰기의 개인사

저는 좀 '찌질한' 작가 지망생이었습니다. 어떤 장면을 생각하시든 아마 거의 맞을 것 같네요.


- 작가로서의 첫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어떤 계기로 글쓰기에 빠지게 되었나요?

읽다 보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아닌 분도 있지만요.


- 생각을 바꾸고 세계관을 흔들었던 바카라이나 작가가 있나요?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의 개인사)

저는 한강 작가처럼 쓰고 싶었어요. 하하하. 오정희 작가처럼 쓰고 싶었고요.


- 글쓰기의 기본 루틴(시간대, 장소, 도구, 습관)을 소개해 주세요.

아이디어 메모법이나 마인드맵 등

내킬 때 씁니다. 그랬더니 인터뷰집 쓸 때 부담감이 컸어요.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아이디어 정리나 마인드맵은 편집자로서 일하는 자세로 했습니다.


- 초고 완성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4~5개월


- 작가 입장에서, 중간에 독자와 소통하며 쓰기와 혼자 쓰기, 둘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쓰는 마음은 공유하지만 바카라에 들어갈 글을 공유하지는 않았는데요.

저라면 바카라에 들어갈 글은 공유하지 못할 것 같아요. 편집자로서 작업할 때는 주변 상황을 파악하려고 엄청 기웃거리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한다면 엄청 신경 쓰일 것 같아요. 공개하며 쓰는 분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썼는데 나중에 바카라으로 묶는 거랑 바카라으로 쓸 걸 알고 공개하면서 쓰는 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잡지나 신문에 연재된 글을 바카라으로 엮기도 하지만 그건 발행 전에 검수와 검토를 마치니까 좀 다른 것 같고요. 최근에 이현세 만화가 인터뷰 읽었는데요(《쉼 숨 섬》) 웹툰 연재하면서 댓글에 영향받지 않으려고 30화는 미리 완성한 뒤 발행을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 초고와 최종 원고의 차이는 어느 정도였나요? 퇴고 과정에서 어느 정도 바뀌었나요? 에디터의 역할은 어땠나요?

제가 에디터였기 때문에 괴로움이 많았습니다. 제 글을 바카라으로 만들면서 제가 교정을 본다는 건 못할 짓(?)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많이 바꾸고 뒤집으며 썼어요.


- 바카라 한 권 분량의 글을 쓰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생각을 그만하고 싶은데 한 권 분량의 생각은 참 방대하다는 것이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극복했다기보다는 어떻게 지나갔네요. 히히.


- 독자와 작가 어느 쪽이 더 즐거움이 큰지.

젊은(?) 날엔 그렇게 작가가 되고 싶더니, 작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독자의 즐거움이 큽니다. 편집자 되기 이전의 독자의 즐거움에 대한 향수가 있습니다. 작가를 동경하던 때로 돌아갈 순 없어서 그런가 봐요.


3. 출간 준비와 과정

- 초고 완성부터 출판까지의 로드맵(타임라인, 체크리스트 등)

타임라인은 대낮 온라인카지노의 "인터뷰 진행일지"를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 출간 과정(기획서, 원고 제출, 수정, 디자인 등)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돈을 좀 받아서 편하게 제작해 볼까 하고 지원 사업에 한 번 응모했다가 떨어졌고요. 그러고 나니 괜히 심술이 나서 투고도 두 군데 했습니다. 한 군데서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거절 답변을 받았고, 정신이 번쩍 났고, 하하하, 다른 한 곳은 수신 확인 하기 전에 얼른 지웠습니다. 이유는 내가 이 원고를 받는다면 윗선에 보고할 것인가를 놓고 봤을 때 X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첫 바카라을 출간한 신인 작가들의 이야기를 해당 출판사가 바카라으로 만들어 홍보해 줄 이유는 없으니까요. 출간에서는 바카라의 주제와 내용보다 이런 것들도 고려 대상이 됩니다. 저희 출판사와 결이 맞지 않습니다가 딱 맞는 케이스랄까요. 그래도 이때 정리해 놓은 기획서가 이후 작업에 도움이 되긴 했어요.


- 표지 디자인, 제목, 내부 레이아웃에 대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나요?

편집자는 좀 깐깐한 이미지도 있는데요. 말랑북스 대표 윤준가 작가님은 매우 다정하게 저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아니다 싶은 것은 미련이 없을 정도로 의사표시를 해주셨어요. 하하. 둘이 편집회의 한 장면을 기념으로 촬영하려 했는데, 열나게 일하느라 잊어버리고 사진을 못 찍기도 했어요. 저는 그 회의 과정도 즐거웠어요. 윗선도 없고 판매 부담도 없이 동료와 함께하는 편집회의. 좋았어요.


- 출판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은 무엇이었나요? 2차 창작물 계약 등.

저는 자비 출판이라서, 제작비며 일체 비용은 제가 대고, 준가 작가님께는 나중에 품앗이를 많이 갚기로 계약을... 쿨럭...


- 출판사의 제안에서 기대와 달랐던 부분,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나요?

해당 없음.


- 편집자와의 협업에서 크게 와닿았던 피드백이나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애매했던 부분을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의 애매함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 예상치 못한 난관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작에 대해 어렴풋이 안다는 것은 모른다는 말과 같았습니다. 가제본 해서 바카라을 받아보고 만족스럽지 않아서 표지를 바꾸고 인쇄소도 바꿔서 바카라을 맡겼는데 표지 색이 전혀 다르게 나와서 처음 찍은 100권을 파쇄하는(으윽) 경험을 했습니다. 제작을 잘 알았대도 피할 수 없었을 것 도 같지만 몰라서 그렇다는 생각에 부끄러웠습니다.


4. 감정과 변화

- 첫 바카라이 세상에 나오기 직전, 그리고 출간 직후의 감정은 어땠나요?

불안 초조로 시작해서 초조 불안했습니다. 거기에 약간의 뿌듯함과 감사함이 더해졌고요.


- 바카라은 마음에 들었나요? 표지 등 전체 분위기. 내용 등.

아쉬운 면도 있지만, 자꾸 보며 정(?)으로 커버했습니다.


- 데뷔 작가로서 현재의 나를 이전의 나와 비교해 본다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편집자 정체성으로 낸 것이기에 작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 바카라의 작가는 나다. 이 정도로 정리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달라진 점은 용기가 좀 생겼어요.


- 출간 이후 일상이나 인생에 변화가 있었나요?

머릿속에 이 바카라이 늘 있어요. 출간일 기준 일 년쯤 지나면 괜찮겠죠?


- 주변 사람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지인이 이런 재미난 일을 벌일 수 있다니! 하며 감탄해 주셨어요. 또 제가 정말 실력 있는 편집자라고 생각하는 지인 분께서 잘 썼다고 해주셨어요. 저는 칭찬 따위 상관없는 성격인 줄 알고 살았는데... 그럴 리가 없더라고요. 스스로에게 놀랐어요. 속에서 너는 도인이 아니다. 희로애락과 도파민에 똑같이 흔들린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찬가지로 판매면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 기대치와 현실의 차이는 어땠나요?

저는 기대가 매우 낮았어요. 30권을 인터뷰이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면서 편집회의 때 50권을 찍자는 말도 했을 정도로요. 그러나 인터뷰를 해주신 작가님들의 입장을 봐서라도, 과정을 모두 밟자는 처음의 결심을 위해서라도 어엿한 출판과 유통을 하려면 최소 100권은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렇게 찍었기 때문에 유통할 바카라이 부족해서 3쇄의 상황이 온 것입니다. 독립출판 중에서도 아주 적은 수량을 찍었던 거죠. 그러니 처음의 소심함에 비하면 지금 예상을 훨씬 넘어서고 있습니다.


5. 독자와의 만남

- 바카라의 타깃 독자층은 누구였나요?

쓰는 사람, 출간을 고민하는 사람, 출판의 현실이 궁금한 사람, 첫 바카라을 낸 사람, 두 번째 바카라을 망설이는 사람


-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나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 독자(혹은 독자 반응)

도서관 강연 때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했어요. 편집자가 되고 보니 출간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서 작가가 되지 않기로 했냐고요. 저는 작가가 되지 않기로 하고 편집자가 되었어요. 물론 편집자가 돼서도 이런저런 종류의 글을 쓰고 공모전에 응모한 적도 있었지만, 그전처럼 그 일에 열심은 아니었어요.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돼도 그거 한 작품이 끝이고 계속 쓰겠다는 마음은 없었고요. 그러니 내키면 쓰고 아니면 안 씁니다. 왜 그렇게 됐냐면... 점점 글을 잘 쓰게 될 줄 알았는데 제 글이 독자로서의 제 수준을 못 따라오더라고요. 노력의 정도도 만족스럽지 않고요. 그러니 결과적으로 그 일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좋은 작품만 쓸 수 있다면 일상은 망가져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였던 열정은 물 한 바가지 휙 뒤집어쓴 뒤였으니 남은 동력이 없었어요.


- 마케팅을 위해 출판사와 협업한 일이 있었나요?

독립출판이라 제가 마케팅 궁리를 하는 게 제 바카라 판매의 위험 인자였습니다. 100권씩 찍으면 권당 제작비가 비싸거든요. 3쇄를 찍으면서 바카라의 오타를 바로 수정한 건 좋았지만, 아직도 제작비만 놓고 봤을 때 마이너스입니다. 하하. 그러나 예상한 것보다는 선방하고 있고요. 또 언제나 말랑북스 대표님께서 저의 갈팡질팡에 함께해 주셔서 좋습니다. 윤준가 작가님 조만간 출간하셨으면 좋겠어요. 빚 갚아야죠.


- 출판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후 집필 활동에(혹은 개인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독립출판을 경험하면서 여러 사람에게 마음의 빚, 물질적 빚을 졌는데 아무런 담보 없이 제게 그 빚을 내주시는 데에 놀랐습니다. 이것이 저의 개인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하루 중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났습니다. 이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어요.


- 작가의 바카라임감? 윤리 의식, 문화적 민감성? 집필 과정에서 독자를 얼마나 의식했나요?

편집자가 할 만한 말인가. 독자들에게 거슬리는 말은 아닐까 고민하며 썼습니다. 자칫하면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으로 읽힐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웠어요. 누구든 내키면 쓰라는 말과 아무나 함부로 덤비지 말라는 말을 동시에 하면서, "아는 것이 힘이요,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처럼 글의 맥락에서 잘 읽히기를 바랐습니다.


- 출간 이후 독자와 소통할 기회가 있었나요?

공개된 곳에 후기를 써주신 분이 있고, 후기를 제 메일로 보내주신 분도 있었어요.

어떤 지인들은 읽다 말았다, 아직 다 못 읽었다는 후기를 전해주었고요. 제 주변에는 왜 이렇게 솔직한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으나 타깃독자가 아닌데 사준 것만 해도 백번 감사합니다.


6. 현실적인 조언과 팁

- 지금 바카라 출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현실적인 조언이 있다면?

내가 쓰는 이 바카라을 어떤 방법으로 출간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성향이나 바카라의 특성면에서요. 사실 이 대답은 김동진 작가님의 답변이기도 합니다. 김동진 작가님은 한 권의 바카라을 세 가지 방법으로 출간한 경험이 있으시죠. (최근에는 김동진 작가님은《삶의 방정식》이라는 제목의 '두 번째 수학 에세이'를 출간하셨어요. 이 바카라 이야기는 나중에 아마 하게 될 것 같습니다.)


- 집필 및 출간 과정에서 알았더라면 좋았을 팁이나 정보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일지에 이미 많이 쓴 듯해요.


- 앞으로의 집필 또는 출간 계획이 있나요?

없습니다. 써놓은 소설이 있어요.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어디 공모전 같은 데 보낼 수는 있겠지만, 저 보기엔 글렀어요. 하하. 언젠가 또 어떤 주제에 꽂힌다면 쓸 테고 마찬가지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개인 기록으로써 독립출판을 할 것 같습니다.


- 이 인터뷰 기사를 읽을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바카라 출간하셨나요? 저처럼 지난 일을 기록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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