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온라인카지노에 쓸 때랑 안 쓸 때의 차이

by대낮

머릿속에 문장이 가득하다. 뭘 쓸까 궁리해서가 아니라 원래 생각이 문장으로 떠오르는 일이 많다. 머릿속에서 쓰이는 생각은 자유롭다. 거기엔 줄도 없고, 맞춤법도 없다. 가끔 그 속에서도 생각의 검열이 이뤄지기도 한다. 때론 떠올린 단어보다 더 적합한 단어를 찾기도 한다.


나는 가끔 아이들이 한 말을 두고 조사를 확인한다. 의도에 맞게 쓴 거냐고 묻는다. 엄마는 그러잖아. 엄마도 그러잖아. 엄마가 그러잖아. 이 세 문장은 뜻이 다 다르니까. 뭐냐고 물으면 따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말 그대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다. 그 말들이 다르게 들리니까.

그렇지만 어느 때는 또박또박 말해줘도 대충 듣는다. 누구나 그렇다. 모두 논리적으로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말은 논리적일 수 없다. 한 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실시간으로 감각이 느껴지고 생각들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지만 그걸 다 물리치고 한 문장 안에서 한 문단 안에서 한 편의 글 안에서 일관되고 논리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한다. 그게 안 되면 고쳐 쓴다. 글은 고쳐 쓸 기회가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상당히 골치 아프다.


글쓰기는 힘들다. 쓰고 나면 몸이 힘들고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짧게 대충 쓴다. 나 편한 대로 쓴다. 그럴 거면 온라인카지노에 왜 쓰나 생각해 봤다. 아무리 대충 써도 온라인카지노에 쓰면 위에 말한 글쓰기 과정을 좀 더 성실히 통과하려 하기 때문이다. 한 번 고칠 것을 두 번 고치고, 남의 눈으로도 본다. 아무리 한가한 온라인카지노라도 조회수 0은 아니니까.


힘들어서 대충 쓴다면서 이게 다 무슨 말인가. 대충이라도 쓰는 게 낫기 때문이다.

쓰기 전에는 몰랐다.

내가 무엇에 시선이 머무는지, 어떤 것에 대해 길게 생각하는지, 무엇에 화가 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쓰고 나니 보였다.

내가 얼마나 건방지고 편협하며 세상을 내려다보려 하는지. 티 안 나게 걸러서 쓴다고 썼는데도 시간이 흐른 뒤 예전 글을 보면 보였다. 잘 보이고 싶어 하는 허영과 얕은 생각, 순간의 판단을 담은 가벼운 태도가 보였다. 나는 내가 알고 있던 것만큼 훌륭하지 않았다.

원래 내 글을 잘 열어보는 나르시스적 성향이기도 하지만 온라인카지노 통계를 보다가 조회수가 1, 1, 1, 1, 1이 뜬 게 보이면 아마도 한 명이 그랬겠지 싶어 그 글을 다시 읽어 본다. 부끄럽다. 누군가 이걸 읽고 다른 걸 또 읽었나 싶다. 온라인카지노가 한가하니 통계에서 별게 다 보인다.

온라인카지노에 자기 맘대로 글을 쓰면서 얻은 것이 자아 성찰이라면 우습지만, 사실이다. 쓰고 또 써서 더 잘 쓰려는 마음은 없다. 꾸준히 글을 써서 작가 될 생각도 없다.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내가 어떻게 볼지 모르고 이렇게 또 단정적으로 적고 있다. 생각이 바뀔까 걱정이 아니라, 뱉어내듯 말하는 이 말투가 두 문장 쓰는 사이에도 눈에 거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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