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지 밖으로 나갈 궁리를 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집에 돌아와 보니 메일함에 소설 2교가 와 있다. 소설 교정은 재밌다. 잘 쓴 작품일수록 더 재밌다. 문장을 고치는 일은 때론 새로 쓰는 것만큼 흥미롭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설 일은 많지 않다. 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비하면 작업비가 짜다. 어쩌자고 이런 일이 재밌는가.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백석 시대(실제 이런 표현은 없다)가 그립다"라고 적힌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백석이 살던 때는 문인 숫자가 얼마 안 됐다. 끼리끼리 동인도 만들고 잡지도 만들고, 이름 있는 문인이 되기만 하면, 시며 소설을 쉽게 잡지에 발표할 수 있었다. 잡지는 대 히트였고, 독자들은 꼼꼼히 읽었다.
누군가 그 밑에 댓글을 달았다. 그 시대, 일제강점기라고.
맞다. 백석의 시대는 문인들에게 '살벌한' 낭만의 시대였다.
요즘 출간하는 많은 작가들은 지금 시대를 어떻게 느낄까. 일정 홍보 기간이 지나면(아마도 그전부터) 편집자는 바로 다음 바카라을 작업한다. 그 모습에 벙쩌하는 작가도 있다. 수개월 애썼는데... 통장에 찍힌 금액은 우스우니까. 하지만 전문 저자들은 역시나 바로 다음 바카라 집필에 들어간다. 독서하는 사람 숫자는 줄어들고 있는데, 신간은 달마다 쏟아진다. 그러나 읽히지 못한 바카라은... 그야말로 유기견 신세다.
이것은 여러 해 반복된 오래된 이야기.
어쩌면 지금은 멈추면 사라지는 시대가 아닌지.
귀 닫고 다시 교정지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