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 한스 악셀 폰 페르센, 무너진 제국을 지킨 핏빛 순애
프랑스 국립 문서 보관소의 깊은 수장고. 그곳에는 230년 동안 아무도 읽어내지 못한 미스터리한 편지 60여 통이 잠들어 있었다. 1791년, 프랑스 대혁명의 피바람이 몰아치던 튈르리 궁전에서 누군가 밖으로 몰래 빼돌린 밀서들. 편지의 곳곳은 검은 먹물로 거칠고 빽빽하게 덧칠되어 있었다. 누군가 목숨을 걸고 감추려 했던 비밀.
최근 현대 과학의 X선 형광 분석법이 이 검은 먹물을 투시해 냈다. 그리고 드러난 문장은 전 세계의 역사학자들을 전율케 했다. "나의 가장 사랑하는 이여, 미치도록 당신을 사랑합니다."
편지의 발신인은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비운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수신인은 스웨덴의 귀족이자 군인인 한스 악셀 폰 페르센 백작. 먹물로 글씨를 뭉개어 여왕의 비밀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자 역시 페르센 본인이었다.
이것은 사치와 향락에 빠진 왕비의 가벼운 불륜극이 아니다. 권력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하는 참혹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직 단 한 사람만이 곁에 남아 피를 토하듯 써 내려간 치열한 심리 스릴러이자 위대한 순애보의 기록이다.
명리학의 렌즈를 들이대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걸어 다니는 '도화살(桃花殺)' 그 자체였다. 베르사유 궁전의 만개한 붉은 장미. 그녀의 미모와 우아함은 만인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치명적인 중력이었다. 하지만 명리학에서 제어되지 않은 강력한 도화는 필연적으로 시기와 질투, 그리고 치명적인 구설(口舌)을 부른다.
1789년, 혁명의 시계침이 돌기 시작하며 그녀의 운명은 완전히 뒤집힌다. 도화의 화려한 조명이 꺼진 자리에 명리학에서 가장 잔혹한 흉살, '겁살(劫殺)'이 들이닥친 것이다. 겁살이란 강탈당하고 빼앗긴다는 뜻이다. 권력, 재산, 명예, 가족, 그리고 마지막엔 머리카락을 잘린 채 자신의 목숨마저 강탈당하는 무자비한 형벌.
슬롯학적 관점에서 볼 때, 구체제(Ancien Régime)가 무너지던 당시 프랑스 민중에게는 분노를 쏟아낼 '희생양'이 필요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이방인 왕비는 그 거대한 분노를 투사(Projection)하기에 가장 완벽한 타깃이었다. '사치스러운 악녀'라는 거대한 프레임의 감옥에 갇힌 그녀는 철저히 고립되었다. 어제의 가신들은 쥐새끼처럼 궁전을 빠져나가 도망쳤다.
그런데 그 텅 빈 궁전에, 죽음의 냄새를 맡고도 제 발로 걸어 들어온 한 사내가 있었다. 바로 페르센 백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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