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골목에서 시작된 나의 영화 같은 하루
어떤 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면이 된다.
이번 주 화요일이
그랬다.
나는
뮤직비디오 감독님과 함께
답사를 떠났다.
목적지는 두 곳.
후암동
그리고
홍제유연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이야기를 담을 공간.
그래서인지
출발 전부터
묘하게 설레었다.
마치
촬영이 아니라
이미 영화 속에 들어간 기분.
서울역 근처에 도착했을 때,
도시는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향한 곳은
그 속에서도 조금 다른 결을 가진 공간이었다.
후암동.
골목을 하나씩 올라갈수록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높고 빽빽한 건물 대신,
낮고 오래된 집들이 이어지는 곳.
이른바
‘달동네’라 불리는 풍경.
이곳은
서울의 중심과 가까우면서도
어딘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있다.
남산과 용산공원 같은 자연과도 가까워
도심과 녹지가 함께 어우러진 지역이기도 하다
나는 그 골목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상상했다.
카메라가
이 길을 따라 움직이고,
주인공이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장면.
그리고
어딘가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아, 여기다.’
이곳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조금 낡았지만,
그래서 더 진짜 같은 곳.
감독님과 함께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구도를 잡아보고,
빛의 방향을 확인했다.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머릿속에만 있던 장면이
현실 속에서 구체화되는 느낌.
그리고 다음 장소.
홍제유연.
이곳에 도착했을 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그리고 묘하게 따뜻한 공간.
도심 속에 있지만
자연이 살아 있는 곳.
물이 흐르고,
빛이 반사되고,
그 위를 천천히 지나가는 바람.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청둥오리였다.
생각보다 많았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자연스럽게 떠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건… 너무 평화롭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
그냥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곳은
단순한 촬영 장소가 아니었다.
나에게는
하나의 ‘쉼’ 같은 공간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욕심이 생겼다.
‘이 분위기를 꼭 담고 싶다.’
영상으로,
장면으로,
그리고 이야기로.
나는 그 순간
확실히 느꼈다.
이번 작업은
단순한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방향이 잡혀갔다.
어떤 장면을 넣을지,
어떤 감정을 담을지.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몰입했다.
마치
이미 촬영이 시작된 것처럼.
그날 하루는
짧았지만,
굉장히 깊었다.
단순히 장소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느끼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생각했다.
오늘 본 장면들,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떠올랐던 이야기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건
분명 시작이다.
아직 촬영도 하지 않았고,
완성된 결과도 없다.
하지만
이미 중요한 건 시작되었다.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것이
현실로 나오는 순간.
그 첫 장면이
바로 오늘이었다.
나는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후암동의 골목,
홍제유연의 물결,
그리고 그 위를 떠다니던 오리들.
그 모든 것이
나의 작품 속 한 장면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장면의 주인공처럼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