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배우며 발견한 삶의 균형 감각
긴호흡으로 단숨에 내리읽은 전수진 기자의 발레바카라이다. 발레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연희동 기자리나'로도 유명하다. 이 바카라은 단순히 취미 발레인으로써 쓴 고군분투 발레 적응기가 담긴 에세이가 아니다. 저자 자신이 발레를 배우면서 성찰한 인생에 관한 통찰이 돋보이는 바카라이다. 그래서 어떤 문장들은 마치 수행을 하면서 경전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지금까지 발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매일매일 반복되는 고된 훈련으로 외면을 가꾸는 운동의 성격을 띤 예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발레를 인생과 대입을 하니 나 역시 생각의 전환이 되면서 이 바카라에 나온 모든 문장들과 발레 선생님들 그리고 발레 무용수들이 남긴 명언들이 삶의 지혜처럼 다가왔고 그들이 모두 구도자처럼 보였다.
올 여름에 발레 지인이 내게 "서울 발레는 다르더라구요."라고 했던 말을 읽는 내내 실감하기도 했다. 분명 바 워크, 센터 워크의 순서도 동일하고 매일의 발레 클래스와 지난한 연습과정이 쌓여 작품 공연을 하는 풍경도 전체적으로는 똑같은데, 세밀한 게 많이 다르다. 특히 시선을 한 방향으로만 꽂고 가야할 방향으로 회전하는 피루엣과는 달리 몸이 가기 전에 시선이 미리 가서 시선의 방향이 계속 바뀌는 마네쥬 돌기와 조지 발란신의 작품에서는 일부러 중심을 무너뜨리면서 중심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는 저자의 설명들은 직접 춰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주옥같은 말들이다.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취미 발레인으로써 폭풍 공감하며 읽었다. 나 역시 비슷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내가 그랑 제떼를 완벽하게 뛰고, 앙트르샤를 환상적으로 하고, 백조 튜튜를 입은 내 뒷모습이 촘촘한 잔근육으로 덮여있는 걸 보던 나. 너무나 감격해서 "드디어 내가..."할 때마다 모두 꿈이었다는 것.
발레를 배운다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우아한 취미라고 여겨주시지만 사실은 발레 클래스가 있는 날엔 언제나 무용실에서 나의 흑역사를 찍고 있다는 점. 아무에게도 안 보여주고 싶고,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는 나의 몸개그를 발레 선생님들과 회원들은 지금까지 보고 있다는 점, 여전히 나의 코어근육은 비루해서(여기에다 통통하기까지 해서) 코르셋 역할을 해주는 레오타드를 입고도 허리와 뱃살이 정돈되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바카라을 읽는 내내 나의 모습을 투명하게 비춰가며 읽었다.
바카라에 나온 "조금씩 더 나은 존재가 된다는 기쁨'이라는 문장을 마음 속에 새기며 나 역시 저자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으로 레베랑스를 하며 이 바카라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