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 시인(詩忍) 2번째 5화
1.
적어도 시인이라면
시를 사랑해야 하지 않겠니?
애증이라도 말이야
시를 쓰레기장이라고 부른다?
버려진 언어와 감정이
묻히는 곳이라고?
그래?
그렇다면 하나 묻자
시를 휴지조각이라 부르며
그 위에 너의 이름을 세우고 ㅎㅎ
그곳에서 건져 올린 문장으로
찬사를 받으려 하는,
짓은!
대체
무슨 모순인가?
니가 시를 격하시키는 이유를
알 것 같아
그저 평온하기 때문이야...
불멸을 세우며
핏빛 고통을 토해낸 적도 없고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자기 안의 무엇 하나를
죽여본 적도 없기 때문이야
네가 가진 지식들의
거죽에 둘러싸여,
시가 얼마나 뜨거운지 모르지?
시를 정의해?
니가 뭔데?
뻔드르르한 지식으로 자신을 휘감고
몇 개의 문장을 주워 담으니
배때지가 부르지?
정말
뭐라도 된 것 같을 거야
평온해?
슬픔 한 스푼 없이
매끈하게 닦아낸 문장들
그럴듯한 말들을 나열하고
그 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는 것
나는
그런 글들을 경멸한다
2.
시인은
시보다 높은 곳에 서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쓴 한 문장 앞에서도
끝없이 흔들리는 사람이다
그러니
시를 쓰레기장이라 부르기 전에
네가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부터 생각해
시인가
언어인가
지식인가
아니면
시를 안다고 믿는
너 자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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